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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마담 사이언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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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마담 사이언티스트

입력
2007.07.3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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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한 사람을 보면, 종종 괴팍할 정도로 남에게 지기 싫어하거나 자기만의 사고 방식에 철저히 사로잡힌 고집을 엿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천재적인 면모는 ‘위대한 업적’만 아니라면 흔히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평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그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20세기 초반만 해도 여성이 과학자로 대학에 자리를 잡을 수 없었고, 심지어 공을 가로채이는 일도 흔했다. 하물며 18세기 절대왕정 시기 프랑스에서의 천재적인 여성은 어떠했으랴.

<마담 사이언티스트>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에는 시대를 앞서 산 여성 에밀리 뒤 샤틀레의 삶이 옆에서 지켜본 듯 그려져 있다. 프랑스 귀족으로 당대의 풍습처럼 그는 멋쟁이 장교나, 북극 탐사활동을 추진한 귀족 등 여러 정부를 두었지만 가장 지대한 영향을 주고받은 이는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였다. 그들은 시레이성에 함께 기거하면서 각종 과학실험과 집필을 하는 등 사설 연구소를 구축했다.

독학과 어깨 너머로 물리 수학 등을 깨우친 에밀리의 가장 큰 공헌은 에너지 개념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다. 그는 마흔 셋의 늦은 출산으로 목숨을 잃기 직전까지 뉴턴에 대한 연구에 매달렸다. 그리고 사망 10년 뒤인 1759년 <뉴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라는 저서로 출간됐다.

그는 에너지라는 것이 언뜻 변화무쌍한 것처럼 보이지만 총량이 정해져 일정하다는 개념을 정립했고, 라그랑주와 라플라스의 이론물리학에 무게를 실어줌으로써 19세기 앞선 프랑스 과학을 이끌었다.

뉴턴 전후의 과학혁명의 시기는 과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깊이 연구되어 왔다. 과학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일련의 과학적 발견과 인식의 전환은 인간 지성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보편 진리를 믿는 계몽주의로 이어진다.

에밀리와 볼테르는 과학과 계몽주의가 직접적으로 부딪쳤던 만남의 구현이기도 했다. 에밀리의 과학적 열정에 자극받은 볼테르는 그 자신이 직접 뉴턴 연구에 뛰어들기도 했고, 자신의 저서 속에 프랑스 절대왕정에 대한 풍자와 계몽주의적 시각을 녹여냈다.

에밀리를 더 없이 사랑하고 존경하고 질투하고 싸웠던 볼테르는 에밀리가 죽은 뒤 “내 영혼의 존재의 의미였던 영혼을 잃었다”고 말했다.

<마담 사이언티스트> 는 과학사의 한 페이지에 숨어있는 어느 천재의 삶을 발굴해 냈다는 의미만으로는 부족하다. 18세기 비범한 삶을 살았던 여성과 지금 시각으로는 상당히 기이하게 보이는 귀족세계의 부부생활 풍경이 얼마나 생생하게 그려지는지, 독자 자신이 에밀리의 생활 속에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술술 읽히는 책을 통해 시대를 앞서 산 여성의 열망과 사랑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 최세민 옮김, 생각의 나무 발행.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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