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민 보고서’가 이해찬 전 총리 뿐 아니라 4명의 범여권 국회의원 홈페이지에도 게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이를 광범위하게 유포했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이 보고서는 과거 중앙정보부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각 홈페이지에 게시된 보고서는 1987~88년에 작성된 것으로 보여 진위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친분을 배경으로 최태민(1994년 사망) 목사가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는 수사보고서 형식의 ‘최태민 보고서’는 신동아 6월호가 보도하면서 처음 그 존재가 알려졌다. 이어 6월27일 원본이 이 전 총리 홈페이지에 게시되면서 한나라당이 수사의뢰를 하는 등 논란이 커졌다.
그러나 29일 이 보고서가 김혁규, 김현미, 박영선, 정청래 의원 홈페이지에 올려진 뒤 지금도 게시돼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보고서가 게시된 것은 6월27일 오후 7시께로, 5개 홈페이지에 동시다발로 게시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목은 ‘신동아 07.6월 중앙정보부 작성 최태민 관련 자료’로 동일했지만 게시자 필명은 ‘신동아’‘중앙정보부’‘안기부’등으로 모두 달랐다. 내용은 ‘박근혜 X파일&히든카드’라는 신동아 6월호 기사 중 최태민 보고서 관련 부분과 ‘최태민 자료’라는 PDF 첨부 파일이다.
PDF파일은 A4 16장의 보고서를 스캔한 것으로, 일부 페이지의 끝부분은 복사할 때 나타나는 검은색 음영이 보인다. 따라서 원본이 아닌 복사본을 스캔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보고서는 ‘최태민 76세(1912.5.5 생)’라고 적시, 진위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최 목사의 나이와 출생연도를 비교해 보면 보고서는 1987~88년께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신동아는 중앙정보부가 작성해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작성 시기가 최소 1979년 이전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검찰은 이 보고서가 중앙정보부와 그 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중 어느 쪽이 작성했는지 사실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검찰은 최 목사가 신군부가 들어선 80년 전두환 보안사령관 지시로 합수부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는 점을 감안, 중정ㆍ합수부ㆍ안기부의 자료가 편집돼 유출됐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또 박 전 대표 비방을 위해 서류가 아예 위조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보고서 내용이 구체적인 만큼 일정 부분 정보기관 관련자가 연루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또 5명의 친노 성향 의원 홈페이지에 한꺼번에 보고서가 공개 게시된 이유와 목적을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이 현재 국가정보원 4급 박모씨를 혐의 선상에 올려 놓은 것으로 전해져 조만간 게시자 신원, 공모자 유무, 신동아 및 정치권 유출ㆍ게시 경로 등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