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인물 다큐멘터리 <시대의 초상> 이 한국 문학의 거목 고은(74) 시인 편을 31일 밤 10시50분에 방송한다. 시대의>
시인은 참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사람이다. 전쟁의 피비린내 속에서 싹튼 시(詩)의 씨앗, 먹물 장삼을 입고 걸었던 구도의 길,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겪어 낸 민주화 투쟁, ‘가을편지’와 ‘세노야’의 노랫말로도 쓰인 아름다운 언어의 세계…. 시인의 목소리로 듣는 시대와 문학, 그리고 삶의 기억이 50분짜리 인터뷰에 담겼다.
군산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등굣길에서 우연히 주은 <한하운 시집> 은 소년의 여린 가슴에 시의 불을 지른다. “나도 문둥병에 걸려야겠다고 생각했어. 손가락,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서 떠돌다가, 한하운처럼 시 몇 편을 쓰고 싶었어.” 한하운>
죽음과 삶의 경계가 모호하던 아비규환의 한국전쟁, 그는 숙명처럼 ‘죽음’의 문제에 매달리게 된다. “1950년대 우리 세대의 절반 가까이가 죽었어. 나는 거기서 살아 남은 잉여인간이었지.”
불가(佛家)로의 귀의와 환속을 경험한 뒤 탐미적 시에 빠져 있던 시인의 삶을 바꾼 것은 전태일의 죽음. “이 죽음이 뭔가? 내 죽음과 어떻게 다른가? 그러면서 점점 달아올랐지. 죽음을 있게 한 현실, 민족, 독재….” 이후 네 번의 구속을 겪으며 그는 ‘투사’의 이미지로 세상에 각인된다.
시인은 요즘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회’ 회장 직을 맡고 있다. 남과 북의 경계를 넘어 민족의 말과 글을 다듬는 작업이다. “이런 행복한 사업에 껴들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이거 하나 만들어 놓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지.” 한민족의 통일과 언어에 대한 시인의 생각도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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