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26일 장 중 한 때 3%가 넘는 폭락세를 보인 것은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야기된 신용경색 우려가 확산되고, 주택시장 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불안한 시장심리는 최근 에너지값 상승세에 따른 비관적 시각까지 반영하면서 유럽으로도 확산됐다.
반면, 주식이나 고수익채권 등 단기 유가증권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라 투자자금이 대거 미 국채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재무부 채권금리가 급락(가격 상승)하는 등 ‘안전자산 회귀’ 흐름이 뚜렷해져 향후 금융시장의 흐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날 다우지수의 하락세는 일시적으로 패닉이라 할 만큼 아찔했다. 장 중 한 때 2001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인 449포인트까지 폭락했을 땐 주요 취약 종목에서 팔자 일변도의 ‘일방배팅’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까지 감돌았다.
오후 들어 차차 안정을 회복되면서 1만3,400선에서 추가 하락을 막았지만 그럼에도 이날 낙폭은 2월27일 중국발 악재로 416포인트 밀린 이래 올 들어 두 번째로 큰 것이었다.
뉴욕증시와 함께 이날 런던 FTSE100 지수가 3.15% 급락하는 등 유럽 증시도 대부분 2~3% 밀리며 신용경색 우려가 주요 시장 전체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전날 크라이슬러의 차입매수(LBO)를 위한 120억달러의 대출 연기 등 LBO 대출채권 발행ㆍ유통이 잇달아 무산되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에서 비롯된 자금시장의 경색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특히 최근 증시 활황을 이끌어 왔던 기업 인수ㆍ합병(M&A) 붐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게 됐다는 인식도 투심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실제로 이 같은 우려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주의 약세가 두드러져 씨티그룹 주가는 단숨에 4.5%나 폭락했다.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걱정도 부각됐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6월 신규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6.6%나줄어, 월스트리트의 예상치 89만채를 훨씬 밑도는 83만여채로 나타난 것이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를 부추겼다.
투자자금이 주식이나 고수익 대출채권 등에서 빠져 미국채등‘안전자산’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이날 10년만기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118% 포인트 하락(채권값 상승)한 연4.78%를 기록, 2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증시의 하락세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신용경색이 경제 펀더멘털과는 관계없는, 과열된 투자시장을 식히는 건전한 조정과정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로 27일 미국상무부는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웃도는3.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4.8% 이후 1년래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주택경기가 여전히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2분기 상황은 1분기보다 호전된 것으로 분석됐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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