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초고층 건물 불허로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가장 실망한 사람은 역시 신격호(사진) 롯데그룹 회장이다. 기존 롯데월드 건물 옆에 500m짜리 초고층타워를 지어, 서울의 랜드마크로 삼겠다는 구상은 신 회장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정부는 26일 "잠실에 초고층 건물을 지을 경우 비행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국방부 측 의견을 받아들여 새로 지을 건물 높이를 203m로 제한했다. 그러나 신 회장이 이를 받아들여 초고층 타워를 포기할 것으로 보는 업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초고층 제2롯데월드 건립안은 신 회장이 1980년대 후반 노태우 정권 때부터 20년 가까이 일궈온 평생의 숙원이자 오랜 기간 준비해온 관광입국(觀光立國) 구상 중 가장 큰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롯데가 올해 일본의 세계적 여행사 JBT와 제휴해 '롯데JBT'라는 여행사를 만든 것이나, 신 회장의 또 다른 숙원으로 알려진 롯데 계양산 골프장 건립도 그의 관광입국 구상 중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신 회장은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의 평소 성품으로 볼 때 이대로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 측 역시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창원 롯데그룹 이사는 "제2롯데월드 건립은 매우 크고 복잡한 사안이며 서울시에서 아직 공식 통보가 온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행정소송을 포함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롯데 측이 향후 정권교체를 기다려 다시 제2롯데월드건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 건립의 장애물이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고령인 신 회장의 나이(84세)가 변수다. 장시간이 소요되는 소송으로 가기엔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후계자인 신동빈 부회장의 의중도 관건이다. 신 부회장은 평소 "잠실 금싸라기 땅에 굳이 랜드마크 빌딩을 짓느니, 그룹 수익에 도움이 되는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피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롯데 계양산 골프장 조성사업 최종승인 여부를 31일 결정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이 사업 역시 지역ㆍ환경단체가 크게 반발해 2003년 이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만일 롯데 계양산 골프장 사업마저 무산될 경우 신 회장의 평생 숙원 두 가지가 모두 장벽에 부딪치는 셈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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