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갑 지음/ 마야 발행ㆍ319쪽ㆍ9,800원
대한민국의 여장부들이 살아 온다. 고구려의 국모로 신앙의 대상이 된 유화부인, 고구려ㆍ백제를 세우는 데 몸바친 소서노, 자신을 탐내는 왕을 물리친 도미의 아내부터 진정한 멋을 아는 여인의 모델이 된 황진이까지 12명의 삶이 한 권의 책에 압축돼 있다.
치열한 도전 속에서 나라를 이끌어 간 신라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 조선 왕조 유일의 섭정으로 40년 동안 나라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명종의 모후 문정황후 등 남성 위정자 뺨치는 인물들도 새롭게 조명된다. 서울경제 문화부장을 역임한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황원갑(62ㆍ사진)씨는 이들에게서 한국판 페미니즘의 원류를 본다.
1인칭 서술 방식 덕에 독자들은 마치 그들로부터 회고담이라도 듣는 듯한 기분이다. “에라, 모르겠다! 마침내 대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나, 황진이에게 덤벼들고 말더군. 그렇게 해서 지족암 대사의 30년 면벽수행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돼버렸지 뭐야?”(300쪽). 황진이가 지족선사를 파계시키는 대목이다.
저자는 “수천년간 남성 중심으로 이어져 온 여성 암흑기 우리나라의 여인네들을 위해 나는 기꺼이 신 내린 박수무당 노릇을 했다”며 “여성 국무총리에 이어 여성 대통령이 나올지 모르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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