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축배를 든 것일까'
27일 한국증시는 '검은 금요일'이었다. 패닉이었다. 종합주가지수(KOSPI)가 2,000고지(25일)를 밟은 지 하루 만에 40포인트 이상 빠진 데 이어, 27일에는 8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2,000시대는 1일 천하로 끝났고, 코스피지수는 1,900선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신용 경색, 일본의 금리인상 움직임에 따른 일본 해외투자자금의 회수 가능성 등 해외 변수가 6개월동안 40%가까이 오르면서 '거침없는 하이킥'을 하던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데다 간접투자 문화가 정착되면서 펀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상승 기조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 게 증권가의 일반적 예측이다.
하지만 돌출 변수들이 튀어나올 수 있어 조정폭과 기간이 예상보다 깊고, 길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증시는 바야흐로 '안갯속'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해외악재 이겨 낼 수 있나
증시를 위협하는 가장 큰 해외변수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다.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으로 대출자들이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가뜩이나 소비가 되살아 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초저금리 행진도 내년이면 끝난다는 게 정설이어서 일본의 해외투자자금(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이 회수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줄기차게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은 6월 3조5,000억원을 매도하더니 7월 들어서는 4조5,000억원을 팔아치우는 등 매도강도는 갈수록 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그 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각종 악재들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며 "당분간 기관과 외국인의 수급마찰 속에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는 단기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움직임에 자극제 역할을 한 것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연구위원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는 단기급등으로 인해 시세차익을 누리고 싶어하는 심리에 기름을 끼얹은 정도"라며 "한달 반 정도 조정을 거쳤던 중국 증시가 모기지 문제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세를 보인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도 2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85개사의 영업이익을 보면 전년동기에 비해 27.7% 늘어나는 등 개선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해외 악재들이 심각하지 않을 수 있고, 국내적 변수들은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는 얘기다.
조정폭과 조정 기간은?
증시 전문가들은 아무리 강한 상승장이라고 하더라도 조정과정은 거치기 마련이라는 데 이견의 없다. 코스피가 뚜렷한 조정 없이 6개월동안 40%가량 폭등한 만큼, 조정기의 도래는 시간문제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조정기간은 1~3개월 정도. 조정폭은 1,850포인트가 1차 저지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이르면 이 달 말 발표되는 각종 경제 지표들이 지수반등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휴가시즌과 겹쳐 기간조정이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조정폭도 일단은 1,900 전후이겠지만 1,850까지도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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