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여러분… 제발…" 마르지 않는 눈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단체에 피랍된 배형규(42) 목사가 살해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가 날아든 26일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은 충격에 휩싸였다. 재단을 떠나지 않고 있는 20여명의 가족들은 취재진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사실이냐"고 되묻는 등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전날 밤 '석방과 살해'라는 엇갈린 외신보도 속에도 실낱 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가족들은 이날 오전 '한국인 1명 피살'이라는 정부의 공식발표가 나오자 허탈해 했다. 특히 "남아있는 22명도 살해될 지 모른다"는 일부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분위기였다.
애써 슬픔을 억누르던 가족들은 오후 들어 눈물로 절규했다. 오후 4시20분께 피랍된 제창희(39)씨 누나 미숙씨가 가족 대표로 호소문을 읽어내려 가자 가족들은 일제히 눈물을 흘렸다. 특히 배 목사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눈물바다로 변했다.
"조금 전 믿기지 않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배 목사님의 주검을 확인했다는 소식입니다. 목사님 가족들은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고, 통곡하고 있습니다. 모든 가족이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탈레반 여러분,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하고 헤아려 주십시오. 여러분도 가족들이 있을 겁니다. 제발…."
미숙씨는 "1남 4녀 중 막내이자 외아들인 동생이 월급 타면 쌀 가마 사서 어려운 사람을 많이 도와주곤 해 오히려 혼을 냈었다"며 "착한 동생을 혼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선영(38ㆍ여)씨 어머니 김경자씨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랑하는 자식을 돌려보내 달라"며 절규한 뒤 바닥에 쓰러졌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