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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파 네티즌' 왜 이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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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파 네티즌' 왜 이지경…

입력
2007.07.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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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에 피랍된 배형규(42) 목사가 피살된 상황에서도 인터넷 ‘막장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 찌질이’(본보 26일자 10면)들이 나머지 피랍자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을 인터넷 공간에 퍼뜨리고 있다.

26일 국내 주요 포털ㆍ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온종일 한국 개신교의 아프간 선교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떠다녔다. 1분 10초짜리인 이 동영상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 한국인이 아프간 어린이 20여명에게 한국말로 “예수님은 우리의 구세주십니다” “이제부터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영접합니다. 할렐루야 아멘” 등을 따라 말하게 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또 한 네티즌은 아랍권 대표 방송인 알자지라의 홈페이지에 “2004년 고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세력에게 피살됐을 때 한국인이 코란을 태우는 모습의 사진을 내가 올렸다”는 글과 함께 당시 서울에서 코란을 불태우는 시위 사진을 올려놓았다.

네티즌들은 이날 문제의 동영상과 사진을 ‘아프간의 XX 한국인 개신교도들’이라는 제목과 함께 인터넷 공간으로 퍼날랐다. 대부분 포털사이트들은 “아프간 피랍자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속히 삭제했지만, 문제의 동영상들은 유튜브 등 해외 동영상 전문 사이트를 거쳐 국내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심각한 것은 국경이 없는 인터넷 공간을 통해 문제의 동영상이 급속히 확산돼 아프간 피랍자뿐만 아니라 다른 이슬람권 국가에 체류 중이거나 여행 중인 한국인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찌질이’들은 “다른 지역의 문화적, 종교적 특성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 개신교도들의 무리한 선교 행태를 고발한다”고 강변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결국 이슬람권 국민과 과격세력의 한국인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겨 한국인에 대한 납치ㆍ테러를 촉발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유왕종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는 “이슬람권에서 한국에 대한 국가 이미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 네티즌은 “이슬람권의 무슬림들이 이런 동영상을 보면 여기에 나오는 아프간 아이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며 자제를 호소했다.

일부 이슬람권 국가에는 정조를 버린 여자나 다른 종교로 개종한 사람을 가족들이 살해해도 죄를 묻지 않는 ‘명예살인’ 관습이 남아 있다.

상식 밖의 악성 댓글로 희생자를 두 번 죽이고 있는 악플러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정책국장은 “이번 납치사태를 통해 일부 네티즌들의 생명 경시 풍조와 비뚤어진 사회의식을 엿볼 수 있다”며 “피랍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는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김현예(31ㆍ여)씨는 “탈레반에 피랍자 정보를 왜곡해 넘기는 등 악플러들이 철없는 행동을 넘어 제2의 탈레반 수준이 됐다”며 “납치된 한국인은 우리의 누나, 동생들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같은 현상의 근절을 위한 제도적 대책이 없는 게 현실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가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혀야 하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관계자는 “내용에 대한 심의는 하지만 ‘퍼나르기’에 대한 마땅한 규제 방안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번의 무심한 클릭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네티즌들이 각인해 자제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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