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한국인 인질 23명 중 배형규 목사가 살해되고 8명의 석방이 차질을 빚은 가운데 “인질 중 일부가 단식을 하고 있다”고 아랍권 방송인 알 자지라가 26일 보도했다.
알 자지라는 한국인 인질을 억류중인 무장단체 측 한 그룹을 방문한 아프간 정부 관리를 인용, “인질들이 억류가 장기화하는 데 항의해 단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식투쟁이 사실이라면 배 목사 살해에 대한 항의 표시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인질의 건강상태와 관련, 여성 2명의 건강이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아프간 소식통을 인용, “’찬조’(chan cho)라는 이름의 여성인질이 지역 라디오 언론과 통화에서 지금 건강이 아주 좋지 않다. 그런데 탈레반이 약을 주지 않고 있으며 다른 여성도 매우 아픈 상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Chan Cho’라는 이름은 샘물교회의 아프간 출국자 명단에 없는 이름이어서 현지 인솔자로 알려진 임현주(32ㆍ여)씨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그러한 정보를 입수한 바 없다”고 말했다. 탈레반 무장단체는 당초 3개 그룹으로 나눠 관리하던 인질들을 더 많은 그룹으로 분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무장단체는 인질 살해 후 이날 오전 5시30분(한국시간)을 협상시한으로 제시하고 “탈레반 수감자 8명을 석방하지 않으면 한국인 인질을 추가로 살해하겠다”고 밝혔으나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프 아마디는 이날 협상시한 이후 AFP 통신에 “한국인 인질은 더 이상 살해되지 않았고, 22명 모두 살아 있다”며 “아프간 정부가 인질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희망을 주었다”고 말했다.
가즈니 주의 알리 샤 아마드자이 경찰서장은 이날 AP통신에 “6~8명의 인질을 석방한다는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으나, 근거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프간 정부는 내무차관을 내세워 무장단체와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무장단체가 인질들 중 한 명의 육성녹음을 곧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이날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발로 보도했다.
무장단체가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아마디는 “아프간 정부가 우리가 전달한 목록에 있는 8명의 탈레반 구속자를 석방하겠다고 알려왔으며 구속자와 교환될 인질은 모두 여성”이라고 주장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이날 밤 보도했다.
이와 관련, 가즈니 주 주지사는 “탈레반이 건네준 명단을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제출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아사히 신문은 무장단체가 요구한 석방대상에 국제 테러단체인 알 카에다 조직원과 미군에 수감중인 탈레반 조직원이 들어 있어 아프간 정부가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25일 석방여부를 놓고 혼선을 빚었던 한국인 인질 8명은 교환 장소로 이동 중 무장단체에 의해 다시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도 “탈레반이 인질을 모두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무장단체에 피살된 인질이 아프간 봉사 단원들을 인솔한 배형규 목사라고 공식 확인했다. 배 목사의 시신은 다산ㆍ동의부대가 주둔한 바스람 기지로 옮겨졌으며 카불 공항을 통해 조만간 한국으로 운구될 예정이다. 정부는 무장단체 측에 인질들을 위한 음식물과 의약품을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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