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자산담보부증권(COD) 등의 부실화가 전체 대출채권에 대한 신용불안으로 확산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이 경색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은 최근 세계 증시를 이끌고 있는 기업 인수ㆍ합병(M&A)의 자금줄이었던 차입매수(LBOㆍLeveraged Buyout)용 대출채권 등 이른바 고수익 채권시장을 강타하면서 골드만삭스나 JP모건체이스 등 굴지의 투자은행조차 관련 채권을 팔지 못해 대출이 무산되는 등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크라이슬러 인수작업을 진행 중인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탈’은 크라이슬러 자산을 담보로 LBO 자금을 대출 받기 위해 골드만삭스 등을 통해 크라이슬러가 차입하는 120억 달러 규모의 대출채권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수자가 없어 대출이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골드만삭스 등은 두 차례나 금리를 높여 채권값을 낮추기까지 했지만 매각 무산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에 앞서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인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는 180억 달러가 넘는 영국 의약품업체 ‘얼라이언스 부츠’의 LBO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대출채권 공모를 연기했고,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사모펀드 ‘칼라일그룹’과 오넥스에게 매각키로 한 ‘앨리슨 트랜스미션‘의 LBO를 위한 31억 달러 규모의 대출채권 발행을 미루었다.
일각에선 저금리와 풍부한 국제 유동성에 힘입어 최근 5년간 풍부한 LBO 자금을 바탕으로 M&A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던 KKR이나 블랙스톤 등 사모펀드의 ‘축제’가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다.
거대 사모펀드가 주도하고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자은행이 인수, 유통시키는데도 불구하고 LBO 관련 대출채권 매매가 잇따라 무산되고 있는 이유는 부도 등 극단적 위험 외에 신용불안에 따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고수익ㆍ고위험 대출채권의 가격이 하락하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대출채권을 매입했던 일부 미국 연기금이 파산한 뒤 기관투자가의 ‘입질’이 사라졌고 헤지펀드 등도 잔뜩 움츠리는 등 매수세력이 사라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LBO 대출채권 시장의 이 같은 경색이 당장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이런 과정은 그 동안 사모펀드의 투기적 M&A에 휘둘려 과열조짐을 나타냈던 국제금융시장을 식힐 수 있는 ‘보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신용경색이 장기화하고 건전한 기업의 자금조달까지 어려워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경기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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