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3명의 피랍사건이 일주일이 된 25일 피랍자 8명이 석방됐다는 소식이 우리 정부측에서 전해졌으나 탈레반의 부인과 함께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혼선을 겪었다.
오히려 피랍자 한명만 살해된 것으로 확인돼 현지 교민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시신 수색 작업
가즈니주 카라바흐에서는 탈레반 무장단체가 이날 살해한 피랍자 한 명의 시신 수색 작업이 진행됐다. 탈레반의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이날 AFP통신에 전화를 걸어 “살해한 시신을 가즈니 주의 카라바흐 지역 무셰키에 버려뒀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간부인 압둘 라만은 “무셰키 지역에서 발견한 이 남성의 시신은 머리와 가슴, 배 등에 10발의 총상을 입은 상태로 처참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카라바흐는 한국인들이 탈레반 세력에게 납치됐던 곳이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살해된 인질의 이름은 ‘홍큐’라고 전해 들었다”고 말해, 피랍자들을 인솔한 배형규 목사를 지칭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는 “협상은 완전 중단됐으며 죄수-인질 교환안을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을 속이고 정직하지 않게 협상하면서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카라바그의 사막에서 살해했다고 탈레반 측이 밝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피랍자의 살해 배경에 대해 “인질이 아파 걷지를 못해 살해했다” “병사했다”는 등 다른 설명들도 잇따랐다. .
교민들 살해소식에 충격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는 나머지 피랍자들에 대한 석방 촉구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교민들은 피랍자 살해 소식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들은 나머지 인질들이 하루 빨리 무사히 풀려나기를 기원했다.
폴로TV, 아리와나TV 등 현지인들이 즐겨 보는 TV채널에는 한국인들의 현지 봉사활동 장면과 한인회 입장이 자주 방영되고 있다고 교민들은 전했다. 카불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권용준(45)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지인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 피랍자들의 안위를 함께 걱정해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지인들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여러 민간단체의 봉사활동에 대해 고마워 하고 있다”며 “피랍자들을 빨리 석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폴로TV는 직접 권씨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인 피랍자 살해소식에 아프간 파병국에서 철군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주목 받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001년 9ㆍ11 테러 직후 미국의 침공으로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아프간에 주둔 중인 외국군 병력은 현재 3만9,000명에 달하고, 이 중 37개 국에서 파견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이 3만6,000여 명으로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국제안보지원군(ISAF)이라는 기치 하에 탈레반 잔탕 소탕 등 전투 임무를 수행하거나 전후 안정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ISAF에 소속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활동중인 외국군 병력도 6,000여명에 이른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두바이=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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