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5일 밤 납치된 한국인 인질이 1명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우려했던 인질 살해 소식에 핵심 관계자들은 긴급 회의를 열고 현지 대책반을 통해 아프간 정부 등과 교신을 취하는 등 온통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죄수와의 8명 맞교환 설이 흘러나올 때만 해도 “비관도 낙관도 할 수 없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촉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일단 다행”이라고 긍적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석방은 없고 인질 1명만 살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이와 관련,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확한 사실을 확인중이다. 인질 석방이나 살해 소식 여부에 대해서 정부 입장에서는 현 단계에서 밝힐 입장이 없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천 대변인은 기자들의 이어진 질문에도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회의실로 다시 돌아갔다. 청와대는 안보정책실을 중심으로 24시간 비상체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현지에서 전해오는 소식을 바탕으로 대응책을 찾는데 고심했다. 청와대는 현지에 가 있는 조중표 외교1차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길 바란다”는 한국 정부의 메시지를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측에 재차 강조하도록 지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26일 새벽까지 밤샘회의를 계속했다.
외교부도 무거운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당초 8명 석방 가능성 소식이 전해질 때만해도 “협상이 급진전되는 것이 아니냐”고 다소 들뜬 표정이었다. 하지만 인질 살해 소식에 관계자들은 침통한 표정 속에 “사실 확인 중”이란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잠시 후 아프간 정부의 인질 살해 확인과 함께 인질 석방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외신 보도가 들어오면서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탄식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이젠 남은 인질들의 무사 귀환이 최대 관건”이라며 “협상시한까지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탈레반이 추가 살해를 경고했다는 소식도 들어오고 있어 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공식 브리핑을 계속 늦춘 채 심야 대책회의를 계속했다. 외교부는 시시각각 전해오는 외신 보도를 분석하며 현지 대책반과 협상 전략 등을 숙의하는 모습이었다. 이밖에 국방부와 국정원 등 관련 부처에서도 속보에 귀를 기울이며 대책 회의를 갖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종적인 사실 확인이 안된 상황에서 뭐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정보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인질 1명 살해도 큰 사건이지만 피해자 수가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하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ㅊ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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