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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무샤라프 '3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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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무샤라프 '3災'

입력
2007.07.2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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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는 고생만 빼고 다 있다.”

아버지가 버스 운전을 하는 하미드 사르프라즈(19)라는 파키스탄 10대 여성이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천국에서는 순교자가 먹고 싶다고 생각만 하면 최고로 맛있는 음식이 나타난다”면서 이달 초 발생한 ‘붉은 사원’ 사건 당시 명예롭게 순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붉은 사원의 학교에서 수년 동안 공부하면서 이 젊은 여성의 머리 속에 급진적 이슬람주의가 뿌리깊게 박힌 것이다.

붉은 사원 사태를 무력 진압하면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사원 측이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인간 방패로 내세우고 있다며 비난했다.

하지만 2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원 내 여성들의 상당수는 인간 방패의 피해자가 아니라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순교자였다.

미국은 아프간과의 국경지대에 있는 알 카에다의 근거지를 걱정하지만, 파키스탄에서는 도시 한복판에 이 같은 사원들을 중심으로 급진 이슬람주의가 확산일로를 달리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붉은 사원 사태에서 100여명이 숨지자, 이슬람 율법 ‘샤리아’ 등을 통해 정부를 비판해 왔던 이들은 보복 테러까지 자행하며 반정부 시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19일 하루 동안 동시다발 테러로 52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붉은 사원 사태 이후 파키스탄에서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은 200명에 육박한다.

무샤라프를 ‘위기의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은 급진 이슬람 세력만이 아니다.

자신의 뜻에 반하는 판결을 계속하는 데 불만을 품고 직무 정지를 시켰던 이프티카르 초드리 대법원장이 23일 법원의 판결로 복직, 사법부를 좌지우지하려던 그의 계획이 좌절됐다. 무샤라프에 반대하는 야당과 민주주의 세력의 구심점이 된 초드리 대법원장의 복직으로, 4개월 동안 파업과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던 변호사들은 본업으로 복귀했다.

파키스탄 여론은 이번 판결이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자축했다. 파키스탄 변호사협회는 이날을 ‘사법부 독립 기념일’로 제정할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그나마 ‘믿는 구석’인 미국과도 아프가니스탄 접경지대의 알 카에다 소탕과 관련, 날선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사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22일 파키스탄의 알 카에다 근거지에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해 있다는 마이크 맥코넬 미 국가정보국장의 발언에 대해 아프타브 셰르파오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빈 라덴이 파키스탄에 있지 않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라며 불쾌한 심사를 드러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올해 말 임기만료와 함께 재선을 노리고 있지만 국내외 불만 세력으로 완전히 포위된 그가 당선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헌법을 무시하고 대통령과 군 최고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는 그의 마지막 보루는 군대뿐이다.

● 2007년 파키스탄 정정불안 일지

3월 9일 : 무샤라프,‘ 권력남용’을 이유로 초드리 대법원장 직무정지 명령.

11일 : 초드리의 복직을 요구하는 변호사들, 재판 보이콧하며 전국적 시위.

5월 12일 : 초드리 지지자와 친정부 시위대 간 충돌로 41명 사망.

6월 3일 : 망명중인 부토 전 총리,“ 올해 안 귀국”

7월 2일 : 급진 이슬람주의자 1만여 명,‘ 붉은 사원’서 군경과 총격전.

10일 : 파키스탄군의 붉은 사원 무력 진압으로 102명 사망.

19일 : 붉은 사원 무력 진압에 대한 연쇄 보복 테러로 하루 동안 52명 사망.

20일 : 파키스탄 대법원,“ 초드리 대법원장 직무정지는 위법” 판결.

22일 : 미 타운센드 보좌관,“ 파키스탄 내 알 카에다에 대한 공습 작전 가능성”

23일 : 초드리 대법원장 복직. 카수리 외무장관, 미 공습 언급에 반발.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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