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내내 한국 축구 편에 서는 듯 했던 행운의 여신이 결정적인 순간 등을 돌렸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 오후 7시20분(한국시간)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경기장에서 벌어진 2007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2경기 연속 120분 혈투의 악조건 속에 투지 넘치는 경기를 펼쳤지만 골 결정력 부족과 막판 불운으로 승부차기(3-4)에서 패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7개월 전인 지난 해 12월 도하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20년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든 데 이어 두 번째로 한국 축구가 이라크에 일격을 당한 순간이었다.
120분 혈투를 득점 없이 마친 후 맞은 운명의 승부차기. 3-2로 한국이 앞선 상황에서 이라크의 세 번째 키커 하이데르의 차례부터 불운이 감지됐다. 하이데르의 킥은 왼쪽으로 정확히 방향을 예측한 이운재의 품에 안기는가 싶었지만 미끄러지며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고, 이운재는 아쉬움에 땅을 쳤다.
이어 페널티킥 선상에 선 염기훈(전북)의 왼발 슈팅은 이라크 골키퍼 누르의 선방에 막혔고 3-4로 뒤진 상황에서 나선 마지막 키커 김정우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태극 전사들은 고개를 떨궈야 했다.
아쉽지만 한국은 이번 대회 들어 가장 활발한 경기를 펼쳤다. 비가 내려 질퍽한 그라운드와 이란전 연장 혈투로 바닥난 체력 속에서도 태극 전사들은 불 같은 투혼을 발휘했다.
베어벡 감독은 원 스트라이커 조재진(시미즈) 밑에 처진 스트라이커로 이천수(울산)를 배치한 공격적인 전술로 골사냥에 나섰지만 경기 초반 이라크의 강공에 밀리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베어벡 감독은 후반 12분 수비형 미드필더 김상식(성남) 대신 김정우(나고야)를 투입해 공격을 강화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이후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무수한 슈팅을 날렸지만 번번이 골문을 빗나갔다.
후반 20분 염기훈이 미드필드 왼쪽에서 절묘한 왼발 프리킥 슈팅을 날렸지만 누르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혔고, 5분 후 골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이천수가 골키퍼와 정면으로 맞서는 찬스를 잡았지만 오른발 슈팅은 또다시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거듭되는 맹공에도 불구 이라크 골문을 열지 못하자 베어벡 감독은 후반 41분 부상한 최성국(성남) 대신 이동국(미들즈브러)을 투입, 공격수를 5명으로 늘리는 극단적인 전술로 최후의 한방을 노렸지만 무위에 그치며 후반 종료 휘슬을 맞았다.
2경기 연속 연장 혈투를 치른 태극 전사들은 연장 들어 체력 저하로 인해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연장 전반 13분 아찔한 순간을 맞았지만 행운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하와르가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날린 슈팅이 왼쪽 포스트를 맞고 골문으로 향하는 것을 김진규(서울)가 골라인 위에서 걷어낸 것.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연장 막판 이라크의 파상 공세를 잘 견뎌낸 한국은 승부차기까지 승부를 몰고 갔지만 행운의 여신은 결정적인 순간 한국 축구를 외면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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