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아시아 정상으로 가는 3차 관문에서 중동의 복병 이라크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5승9무2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고 지난달 2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도 3-0으로 완승을 거뒀지만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 준결승(0-1 패) 등 중요한 순간에 이라크에게 덜미를 잡힌 적이 적지않아 방심할 수 만은 없다.
정신력, 둘째라면 서럽다
한국은 이란전 사투 후 이틀의 휴식 밖에 갖지 못했다. 체력적으로 이라크에 밀릴 수 밖에 없어 어느 때보다 강인한 정신력이 요구된다. 태극 전사들은 23일 회복 훈련을 마친 후 “축구에서 중요한 것은 체력적 우위보다 정신력”이라며 강인한 투혼으로 결승 진출을 이뤄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라크의 정신력도 만만찮다.
강한 정신력으로 유명한 한국 축구에 필적할 수 있는 나라가 이라크다. 장기간의 전쟁 화마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축구로 희망을 안겨주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이런 정신무장으로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4강 진출의 돌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정공법이냐 변칙 전술이냐
베어벡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안컵 본선 첫 경기를 앞두고 “스트라이커의 숫자에 따라 다양한 공격 전술을 구사할 준비가 돼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전에서는 4-2-3-1 기본 포메이션을 유지하는 ‘정공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베어벡호’는 4강 진출의 성과를 올리기는 했지만 4경기에서 3골에 그친 최악의 공격력으로 ‘전술 운용이 단조롭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베어벡 감독은 지난달 열린 이라크와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중반 이천수(울산)와 이근호(대구)를 투입하며 공격라인에 변화를 줘 3-0 대승을 이끈 바 있는데 이 같은 ‘변칙 전술’을 구사할지 지켜볼 일이다.
하늘은 누구의 편
최근 들어 쿠알라룸푸르에는 시도 때도 없이 비가 퍼붓고 있다. 30분 정도만 내려도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길 정도의 폭우다.
기상 예보에 따르면 25일 쿠알라룸푸르에는 때에 따라 뇌우가 예상되고 비올 확률은 60퍼센트에 달해 수중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수중전은 양팀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 없지만 체력적으로 열세에 있는 한국에게 더 불리한 조건이다. 한국으로서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만이라도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지난 이란전에서도 비로 인해 미끄러운 그라운드 사정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선수들은 경기 후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뿐 아니라 젖은 그라운드 탓에 정확한 킥을 할 수 없어 공격 흐름이 자주 끊겠다”고 입을 모았었다.
한편 베어벡 감독은 24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라크는 조직력과 개인기가 뛰어난 팀이다. 체력적으로 여유가 없어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효율적인 체력 관리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라크를 경계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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