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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3명' 탈레반에 피랍/ 한국 정부 최대한 압박… 협상 유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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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3명' 탈레반에 피랍/ 한국 정부 최대한 압박… 협상 유리하게

입력
2007.07.2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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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사무실에 모여 있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자 가족들에게 매일 오후 11시 30분(현지시각 오후 7시)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공포의 시간’이다.

탈레반은 19일 오후 한국인들을 납치한 후 21일 오후 4시 30분까지 아프간 주둔 한국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21일 시한이 지나자 22일 오후 11시 30분까지로 시한을 연장했다. 이후 24일까지 3차례 24시간씩 협상 시한을 연장했다.

협상 시한에 대해 정부는 “오후 11시 30분은 매일 있는 것”(외교부 고위 당국자) “시한이 지나도 무장 단체와의 접촉은 계속될 것” 등 침착한 반응이다. 정부 당국자는 “시한과 관련, 탈레반의 메시지에 대해 우리가 필요한 만큼의 주의를 기울이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처음부터 침착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시한이 처음 정해진 21일의 경우 정부는 시한이 점점 다녀오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고,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이 서둘러 CNN 등을 통해 긴급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현지에 파견된 정부대책반이 무장 단체와 접촉을 시작하고,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게 된 후부터는 다소 여유를 찾았다.

탈레반의 속셈은 무엇일까. 탈레반은 22일 3번째로 협상 시한을 연장하면서 “아프간 정부가 문제를 성심껏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탈레반은 협상의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협상에 적극 응하는 한국 정부를 최대한 압박하는 수단으로 시한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대 이종화 교수는 “시한 연장은 언론을 이용한 최고의 협상 전략이며, 상대를 긴장시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는 “하루 단위로 시한을 연장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탈레반 내부 및 국제사회에 자신들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탈레반이 오후 11시 30분(현지시각 오후 7시)을 시한으로 정한 데 대해서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보통 일몰 전까지를 공적영역, 일몰 후를 사적영역으로 본다”면서 “일몰 전까지 협상을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인질들을 처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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