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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없어지면 어디서 뛰놀죠?"

입력
2007.07.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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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운동장에서 뛰놀게 해주세요.”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동문들이 학교 운동장 지키기에 나섰다. 학교가 행정자치부로부터 무상으로 임대 받아 사용 중인 운동장 자리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가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념관도 좋지만 아이들의 활동 공간 만큼은 빼앗길 수 없다”며 서명운동까지 전개하며 관련 부처에 계획 취소를 호소하고 있다.

덕수초교 학생들과 기념사업회가 갈등을 빚기 시작한 것은 이달 초. 행자부는 ‘관계기관이 운동장에 약 2,000㎡(600평) 규모의 기념관을 설립하고 나머지 공간에 녹지를 조성하겠다고 협조 요청이 왔으니 운동장 보수 공사를 보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학교로 보냈다.

당초 이 땅(4,835.8㎡ㆍ1,462평)은 학교 소유 부지였지만 서울시교육청이 1995년 동대문 휘경공고가 위치한 행자부 소유 토지 1만6,000㎡(4,840평)와 맞바꾸면서 행자부 소유 땅이 됐다. 이후 이 땅은 공무원시험 응시원서 접수장으로 사용되다 인터넷 접수가 시작된 이후 2004년부터 덕수초교가 무상으로 임대해 사용해왔다. 행자부는 당시 운동장 조성 비용으로 5,000만원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가뜩이나 좁은 운동장 때문에 고민하던 학교 측은 행자부의 운동장 보수 공사 허락 아래 시교육청으로부터 사업비 3,600만원을 지원받아 방학 시작에 맞춰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돌연 행자부가 공사 중단을 요구했고, 남의 땅을 빌려 쓰던 학교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이 학교 학생들은 기념사업회 홈페이지에 기념관 건립 추진 반대 글을 올리고, 지역 주민과 학부모 등 4,300여명으로부터 반대 서명을 받아 학교에 제출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비록 빌딩숲에 둘러싸여 있긴 하지만 광화문 일대에서 어린이들이 흙을 밟고 뛰어 놀 수 있는 유일한 곳인 만큼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6학년생 학부모는 “우리 아이는 한 학기만 지나면 졸업이지만, 후배들은 운동장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계속 공부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기념관 건립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비록 볼품없는 운동장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공간이었다”면서 “민주화운동 기념 사업도 좋지만,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리 땅이 아니니 주인이 비워 달라면 비워줄 수밖에 없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이에 대해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기념관 건립 후보지로 남산의 옛 안기부나 용산 미군기지 터 등과 함께 행자부 소유의 이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기념관이 들어서면 운동장은 없어지지만, 기념관 지하에 체육시설을 설치해 학생들에게 개방하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덕수초교는 1969년에 65학급을 운영할 만큼 큰 학교였으나 학생수가 점차 줄어 95년에는 12학급을 겨우 채우다 2003년부터는 19학급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에는 병설 유치원생 120명을 포함, 650여명이 공부하고 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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