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오히려 적이었다. 긴 제작기간(6년)은 온갖 소문을 낳았고, 그 소문은 웃기는 감독 심형래(49)에 대한 고정관념을 더욱 확대시켰다. 이제야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디 워> (8월1일 개봉). 그래서 개봉도 하기 전에 관용보다 채찍을 많이 맞은 것은 아닐까. 디>
여전히 그에 대한 편견과 무시와 불신. 이를 의식한 탓인지 영화 말미에 넣은 장문의 감독 변(辯)도 모자라, 23일 <디 워> 시사회 직후 이런저런 지적에 심형래는 “왜 내 꺼만 갖고 그래”라고 하소연했다. 디>
물론 책임은 그에게 있다. 그의 과장과 조급한 자신감이 사람들의 평가 눈높이를 할리우드 SF블록버스터에 두도록 했고, 8년 전 <용가리> 는 그런 기대를 배신했기 때문이다. 용가리>
분명, 확 달라졌다. 어색함을 감추기 위한 어두컴컴한 배경도, 몸집을 가누지 못해 어기적거리는 모습도 더 이상 없다. 이무기와 괴수들(시콘, 불코 더들러)의 섬세한 표정과 생생한 움직임.
그들이 LA 시내 빌딩 숲 사이를 누비며 펼치는 액션, 거대한 고층빌딩을 감고 올라가는 이무기 브라퀴, 브라퀴와 용이 된 착한 이무기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공중액션은 적어도 더 이상 심형래 특수효과의 스케일과 수준에는 시비를 걸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영상 스피드도 <스파이더맨3> 나 <트랜스포머> 못지않게 빨라 시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트랜스포머> 스파이더맨3>
소재의 독창성도 인정해야 한다. 여의주를 물고 용이 되려는 이무기와 여의주를 지닌 소녀.
그 전설이 미국의 새라(아만다 브룩스)란 여자와 그녀를 보호해야 하는 방송기자 이든(제이슨 베어)으로 500년 만에 환생했다는 설정이 우리에게는 별스럽지 않고 또 어색할지 몰라도 세계시장에서는 충분히 호기심과 흥미를 끌 수 있다.
더구나 그것이 100% 우리기술의 특수효과, 영화 마지막에 삽입된 ‘아리랑’과 함께 심형래가 이룩한 ‘한국인의 자존심’이라면 기분 좋은 일이다. 조연들의 코믹한 상황과 재치 있는 대사도 <용가리> 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다. 용가리>
이런 장점들이 “위기의 한국영화가 살길은 해외시장”이라는 외침 속에 미국 1,700개 스크린 개봉이란 성과를 따냈다. 또 영화시장보다 3배나 되는 미국 DVD시장에서의 <디 워> 의 활약을 예고하게 만들었다. 디>
장르와 시장 특성은 무시한 채 심지어 상영시간까지 트집 잡아가면서 이를 ‘허풍’이나 ‘별 일’로 비웃는 것은 억지다.
물론 ‘전가의 보도’처럼 심형래 영화를 난도질하는 작품의 스토리, 영상 구성을 놓고 보면 <디 워> 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그 원인을 선악대결의 단순한 스토리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해 보인다. 오히려 <디 워> 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동양적인 전설을 설명하느라 오히려 복잡해졌다는 느낌이다. 디> 디>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FBI 요원의 예처럼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나 행동에 대한 묘사나 설명부족, 내면화 하지 못한 주연 배우들의 감정, 웅장한 특수효과의 영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는 실사 영상으로 인한 부조화, 소재의 독창성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유명 영화들의 장면을 연상시키는 미장센의 나열, 새라의 운명을 이용한 극적 긴장감 살리기의 부족.
이런 것들이 심형래 영화에서만은 유난히 욕심을 부려 ‘구성도 탄탄하고, 이야기도 감동적이고, 시각효과도 뛰어난 SF물’을 요구하는 우리 관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심형래의 말처럼 “너그럽게 용서하고” 시간을 적으로 만들지 말고 느긋하게 다음을 기다려보자. 12세관람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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