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앞으로 다가온 일본 참의원 선거(29일)가 일본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번 선거는 결과에 따라 자민당내의 총리 교체, 나아가서는 여야 정권 교체까지 초래할 수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선거이다.
또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피’를 외치며 외교ㆍ안보 분야 등에서 보수ㆍ강경노선을 밀어붙이고 있는 아베식 정치에 대한 일본 사회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래 참의원 선거는 정권을 가늠하는 선거가 아니다. 그러나 과거 여당이 참패할 경우 총리가 책임을 지고 물러난 선례에서 보듯 정국에 적잖은 영향을 미쳐왔다.
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여당의 패배가 거의 확정적이라는 점이다. 이 상태로는 민주당에게 참의원 제1 당의 자리를 넘겨주는 참패를 당할 수도 있다는 비명이 자민당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의 측근들은 줄기차게 “선거에 지더라도 아베 총리의 퇴진은 없다”며 미리 차단막을 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참패하면 퇴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이다. 아베 총리에게는 승리할 경우 장기집권이 가능하지만, 참패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선거다.
당초부터 자민당에게는 어려운 선거였다. 이번에 도전하는 여당 의원들은 2001년 폭발적이었던 ‘고이즈미 선풍’에 힘입어 대거 당선된 사람들이어서 여당의 의석 감소는 예견됐다.
여기에 아베 내각 각료들의 불상사와 말실수가 겹쳤고, 급기야 일본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연금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지지율은 최악으로 곤두박질쳤다.
선거전에 들어와서도 상황에는 변화가 없다. 최근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당과 아베 내각 지지율이 각각 30% 안팎을 헤매고 있다.
자민당의 예상 의석수도 30~40석(22일ㆍ마이니치신문)으로 조사되는 등 자민당 참패를 예고하고 있다. 반면 예상 투표율은 지난번 선거보다 65%(NHK 방송)로 5% 포인트 늘어나는 등 전반적으로 상황이 여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야당에게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선거의 쟁점은 5,000여만건의 기록이 누락된 연금문제 등 ‘생활정치’로 집중되고 있다. 교육ㆍ외교ㆍ안보의 실적 등을 앞세우려 했던 아베 총리로서는 선거 쟁점을 야당에 빼앗긴 형국이다.
자민당이 패배했던 2004년 참의원선거의 주요 쟁점도 연금이었다. 당시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아베 총리는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는 형태로 간사장 대리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