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기반을 닦았는데 갑자기 떠날 순 없죠.”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교민들에게 철수를 권하고 있지만 정작 교민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 삶터요 일터이기 때문이다. 교민들은 24일 카불과 칸다하르 등 지역 한인회별로 가진 대책회의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아프간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교민은 개인 사업가 및 기업 해외 주재원 등 38명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굿네이버스 동서문화교류재단 한민족복지재단 아시아협력기구 등 10개 비정부기구(NGO) 관계자와 선교사 100여명 등이다. 정부는 아프간 교민을 총 2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프간 철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기업의 현지 사무소. 현지 주재원들은 “철수계획이 전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공사 설비를 갖추고 한창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철수할 경우 피해가 엄청나다는 이유에서다.
한 건설회사 주재원은 “수도 카불은 남부 지방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치안 상태가 좋아 직원 모두 안전하게 정상 근무 중”이라며 “아직 철수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건설회사인 S사는 북부 마자리샤리프 지역 공사를 위해 수십 명의 엔지니어를 파견한 상태이며, G사와 Y사의 직원 수 명도 아프간에 머물고 있다. 삼미건설 엠앤드종합건축사사무소 기정종합건설 인력은 한국으로 돌아온 상태다.
현지에서 게스트하우스나 식당 등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가들도 같은 입장이다. 카불 한인회 권용준(46)씨는 “6년 전 아프간에 온 후 사업 기반도 잡고 지역 주민들과도 우호적으로 지내왔다”며 “아직 대사관으로부터 별도의 출국 권고를 받진 않았지만 정부 방침이 어떻게 변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에 체류 중인 교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및 선교사들도 철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들은 한민족복지재단 이사장인 박은조(51) 샘물교회 담임목사가 23일 아프간 봉사단의 전원 철수를 선언한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민족복지재단 칸다하르 주재원인 백기영(46)씨는 “지난 4년 간 남부 지역에서 한국 정부의 지원 없이 병원과 유치원 등 봉사단체를 잘 운영해왔다”며 “급작스레 모든 일을 중단하고 돌아가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주민들도 민간단체를 통한 의료, 교육 혜택이 끊길까 걱정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씨는 재단 본부에 철수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회원 5명이 활동 중인 민간구호단체 굿네이버스의 카불 주재원 윤성환(40)씨는 “본부 차원에서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구호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바이=박원기기자 one@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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