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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거짓말하지 않기

입력
2007.07.2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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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한국산, 미국산, 일본산 할 것 없이 공포영화가 극장가에 쏟아진다. 방송매체에서도 '납량특집'운운하며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내보내는데, 납량이란 단어의 뜻처럼 공포물들이 더위를 피해 서늘한 느낌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렇듯 여름 한철을 겨냥한 '시즌무비'들이 여러 편 함께 경쟁해야 하는 형국이니 서로 돋보이기 위한 광고경쟁도 치열하다. 인쇄매체를 비롯하여, 동영상이나 인터넷에서 보여 주는 공포영화의 광고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우리영화 정말 무섭다'식이다.

● 쏟아지는 공포영화의 허풍광고

피투성이의 비주얼에 비명소리가 난무하며 소재 혹은 제목을 알리는 공포영화의 자극적 광고물들은 관객 입장에선 '그 밥에 그 나물'같은 느낌이다.

이런 장르의 영화가 제대로 무섭다는 관람 후 평가를 받으면 좋겠지만 영화라는 매체가 무슨 깜짝쇼도 아니고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이야기를 어떤 수준으로 만들었나 하는 것이다. 차별화한 소재를 얼마나 솜씨 있게 만들어 제대로 된 주제를 전달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인 것이다.

최근에 개봉한 모 영화의 경우, 쏟아져 나오는 자극 강한 영화인 줄만 알았는데 영화에 대한 소개 기사들을 보니 '슬픈 정조'의 공포물이라는 언급이 눈에 들어왔다. 덜 무서운 대신 소재의 비극성을 차분히 살린 편이라는 평가가 한 사람의 관객입장에서 그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왜 그 영화의 마케터는 자신들의 물건을 알리고 파는 과정에서 '차별화한 특징'을 간과하거나 숨기면서 그저 무섭기만 한 공포영화로만 포장하는 데 매진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영화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한 사람의 관객으로 돌아가 영화를 보다 보면 홍보 광고된 내용과 달라 당황하거나 배신감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드라마가 더 강한 영화여서 의외였다거나, 심지어는 주인공이 둘인 줄 알았는데 여러 명의 가족이 모두 주인공이어서 당황스러운…. 모름지기 영화 마케팅의 핵심은 그 영화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솔직하게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관객을 모으고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 단점과 장점을 제대로 구분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때때로 주최자들의 강박이나 매너리즘에 의해 장점이 간과되고 단점을 가리는 데 급급하여 본질이 호도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주근깨투성이의 귀여운 여자아이를 짙은 화장으로 가려 예쁜 여자아이로 알리다 보면 정작 그 아이의 귀여운 매력을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것처럼.

● 현실의 거짓과 비교하면 귀여워

경험컨대, 자신들이 만든 영화에 자신이 없을수록 과장하거나 거짓마케팅을 하게 된다. 아니면 자신들이 만든 영화가 보석인 줄 모르고 폄하하는 바보이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본질에 충실하고, 솔직해야 하며, 나아가 본질의 가치를 꿰뚫어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좋은 영화를 만들고 거기에 상응하는 결과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가짜 박사''학력위조''거짓말 파문'등의 말들이 쏟아졌던 지난 몇 주, 가공할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한 사람들의 맨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의 씁쓸함은 말해 무엇하랴. 거짓말하는, 거짓을 강요하는, 혹은 거짓말을 해야 살아남을 것 같은 분위기의 세상에서 허풍스러운 영화마케팅은 차라리 귀엽게 느껴진다.

심재명 MK픽쳐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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