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24일 차명보유 의혹이 일었던 문제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땅 관련 자금흐름을 전격 공개했다. 도곡동땅이 이 전 시장의 형인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 소유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료들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측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선 여전히 의혹을 완전히 털어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 전 시장측이 공개한 ‘도곡동 대지 매각대금 흐름도’ 에 따르면 이씨와 김씨는 1995년 포스코개발로부터 받은 매각대금 263억원 가운데 35억원 가량을 세금 납부에, 23억여원을 다스(DAS) 자본금 납입에 사용했다. 또 200억원 가량을 생명보험사 투자상품에 가입했고, 나머지 5억원은 김씨가 예금 및 사업자금 등에 사용했다.
또 불투명했던 200억원대 보험상품 투자금의 자금 흐름도 공개됐다. 이씨는 ‘5년 만기ㆍ수익률 48%’짜리 교보생명 상품에 100억원을 투자해 불린 뒤 만기에 139억원을 삼성증권으로 옮겨 현재까지 보유중이다. 김씨는 같은 조건의 2개 보험상품에 각각 50억원씩을 투자했다.
이후 김씨는 이 자금을 수개의 계좌에 분산예치한 상태에서 주식 및 펀드 투자, 사업자금, 생활비 등으로 써왔고, 이 과정에서 41억 상당의 손실도 봤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캠프 대변인은 “매각대금 중 한 푼도 이 전 시장에게 흘러 들어오지 않았다”며 “자기 돈이 아니라면 투자해서 손해까지 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캠프측은 이날 ‘도곡동땅은 이 전 시장과 관계가 없다’는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의 증언이 담긴 97년 국정감사 회의록도 함께 공개했다. 캠프측은 이로써 도곡동땅 의혹이 말끔히 해소됐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캠프 안팎에선 검찰이 수사중인 김씨의 고소사건들과 관련, 고소 취소를 염두에 둔 사전조치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자료의 상당 부분은 차명 의혹을 부인하는 간접 정황에 그쳤다는 평가도 많다. 특히 매각대금을 10년 넘게 금융상품에만 묻어둔 이씨의 경우 명의대여 의혹을 완전히 벗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 전 시장 캠프는 매입자금과 관련, 김씨가 현대 차량 하청업체를 운영하며 300억원 짜리 공사를 했다는 등의 방증을 제시하며 “당시 두 사람은 충분한 자금여력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출처를 직접적으로 입증할 자료는 내놓지 못했다. 감사원이 밝힌 땅 매입대금 280억원과 이 전 시장측이 밝힌 매도대금 263억원이 차이나는 이유도 불분명하다.
박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매입자금 출처는 물론, 매각대금을 두 사람이 배분한 비율은 세무전문가조차 이해 못할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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