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질이 납치된 지 엿새째를 맞은 24일 현지 아프간 주민들이 피랍 한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서고, 탈레반도 유연한 자세로 바뀌는 등 인질석방협상이 중대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아프간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일부 긍정적인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군과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 반군을 상대로 사흘째 치열하게 교전을 벌이는 등 긴장감이 여전하다.
반(反) 탈레반 시위 나선 아프간 주민
한국인 납치 사건이 발생한 아프가니스칸 가즈니주의 주민 1,000여명은 이날 피랍 한국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가두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가즈니주의 주도(洲都) 가즈니시를 행진하면서 “탈레반의 납치 행위는 인간의 생명을 존중할 것을 가르치고 있는 이슬람교와 이슬람 문화에 반하는 것”이라며 피랍 한국인의 석방을 요구했다.
참가자 가운데 일부는 “여성을 납치한 탈레반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외치면서 탈레반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탈레반 세력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 반 탈레반 구호를 외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번 시위는 한국인들이 아프간에서 벌여온 의료 진료, 유아 교육 등의 봉사활동이 현지 주민들로부터 폭넓은 호응을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비록 봉사활동이 기독교 관련 단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프간 주민들이 봉사활동의 순수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불에 본부를 둔 ‘자유의 목소리’ 라디오 방송의 미르와이스 잘랄자이 프로듀서는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에 큰 슬픔을 느끼면서 우리의 친구인 한국인을 납치한 탈레반의 행위를 규탄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다국적군, 사흘째 치열한 교전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군과 아프간 정부군은 아프간 남부 지역 일대에서 탈레반 반군을 상대로 이날 하루동안 3차례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이번 교전에서 다국적군은 전투기를 동원한 대규모 폭격에 나서 탈레반 반군 75명을 사살했다. 전날에도 이 지역에서는 다국적군의 소탕작전으로 탈레반 반군 50여명이 숨졌다.
이와 별도로 우루즈간주 외곽에서는 아프간 경찰이 칸다하르주로 연결되는 도로를 봉쇄하고 있던 탈레반 반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여 이 지역을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사흘만에 종결된 이번 전투로 인해 반군 26명이 사살되고 경찰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국적군과 아프간 정부군은 전투가 끝나자 측면 지원에 나서 민간인에게 도로를 개방하고 교통 통제를 도왔다. 다국적군은 6, 7월 두 달 간 아프간에서 탈레반 반군과의 전투가 급증, 양측에서 모두 3,500여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두바이=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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