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대한 관심이 있어 대중을 위한 과학교양 서적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본격적으로 과학 지식을 공략해 보겠다는 생각이 솟을 때가 있다.
“비유가 아닌 물리 법칙 그대로를 대면해 보자”거나 “과학자의 전기가 아니라 과학을 읽자”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때 용감무쌍하게 전공 서적을 들춰보았다간 내 인생과는 아무 관련 없는 수식과 용어들에 다시 기가 죽고 목표를 수정하게 된다.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이야기> (박병철 옮김·승산 발행)는 이런 점에서 훌륭한 물리 서적이다. 1960년대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 자신이 대학 학부 1학년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의 일부라 그다지 어렵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체험하는 현상으로 물리 법칙을 설명하는 파인만 특유의 접근법이 녹아 들어있다. 파인만의>
예를 들면 소금이 물에 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파인만을 따라 분자의 시야에서 이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주변의 다양한 현상을 ‘진짜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느낄 수 있다.
나트륨과 염소가 전기력으로 단단히 결합되어 있던 소금의 결정은 물에 들어가면 붕괴하기 시작한다. 물에서 산소의 음이온과 수소의 양이온들이 나트륨과 염소이온을 각각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서로 반대 극성을 가진 이온들이 서로 끌어당기면서 소금 결정이 붕괴돼 물에 녹는다. 하지만 소금의 일부 원자가 결정으로부터 붕괴되는 동시에 다른 원자들은 물 속에서 결정으로 되돌아온다. 소금이 물에 녹을 지, 결정이 생길 지는 물과 소금의 양에 달려있다.
양자역학은 현실에서 직관적으로 체험하기 어려운 지식이다. 파인만은 전자를 입자 또는 파동으로 볼 수 있는 실험을 통해 양자적 행동의 미스터리를 설명한다. 틈새를 통과하는 전자는 총알과 같은 입자처럼 덩어리로 벽에 도달하지만, 특정 위치에 도달할 확률은 파동처럼 간섭무늬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전자는(빛이든 뭐든 양자적 존재는)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결론이 그래서 나온다. 이러한 모순 투성이 이론은 ‘불확정성의 원리’를 기둥 삼아 유지되고 있다.
이 책은 원자, 물리학과 다른 과학과의 관계, 에너지 보존, 중력, 양자역학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물리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19세기 물리학 지식에 머무르고 싶지는 않다면 이 책을 통해 20세기 물리학이 뼈대를 파악할 수 있다.
애초에 파인만이 1961~62년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강의했던 이유 중 하나가 “양자역학을 배우려면 3, 4학년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책은 파인만의 강의 중 비교적 쉬운 6개 장만을 뽑은 것이다. 이 책을 즐겁게 읽은 뒤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고 싶다면 <파인만의 또 다른 물리이야기> <파인만의 qed강의> 등이 시리즈로 나와있다. 파인만의> 파인만의>
김희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