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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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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

입력
2007.07.2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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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싱어/두레"아이들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독자"

197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이작 싱어가 1991년 7월 24일 87세로 사망했다. 싱어는 폴란드 태생으로 1935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계 작가다. 그는 헤브라이 문자로 표기하는 동유럽 유대인의 언어인 이디시(Yiddish) 어로 작품활동을 했다.

이디시 어는 지금은 사어(死語)화해 이스라엘에서도 사용을 기피하는 언어이지만, 싱어는 고집스럽게 이 언어에 유대인의 전통과 고난, 지혜를 담았다.

<적들, 어느 사랑 이야기> 등 그의 몇몇 작품이 번역돼 있는데, <행복한 바보들이 사는 마을, 켈름> 은 언제 펼쳐 읽어도 재미있고 마음 훈훈해지는, 타고난 이야기꾼 싱어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책이다.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고 무구한 가족을 파괴하는 어리석은 전쟁과 잔인한 박해로 인해 어른이 될 기회를 잃어버린 수많은 아이들에게 바친다”고 싱어는 이 책의 서문에 쓰고 있다.

켈름의 호수에서 잡힌 가장 큰 잉어가 어쩌다 꼬리로 바보 그로남의 얼굴을 후려쳤다. 마을 사람들은 버릇없는 잉어에게 큰 벌을 내리기로 하고 최종판결까지 물통에 가둬 살려둔다. 반 년 후 나온 선고는 ‘잉어를 물에 빠뜨려 익사시킨다’는 것.

그리고 켈름의 현자들은 만일의 경우 그 나쁜 잉어가 물에 빠져 죽기를 거부해 다시 잡힐 때는, 특수한 감옥 즉 나머지 일생 동안 죄수로 지낼 연못을 만든다는 포고문을 발표했다(‘잉어가 받은 최고의 벌, 익사’).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 더 권하고 싶은 책이다. 동화이기도 하고 우화이기도 한 스물두 편의 이야기, 그 주인공인 행복한 바보들은 우리에게 잃어버린 무구한 시절을 돌려준다. 세월에 세상에 찌들고 해져버린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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