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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표심은 "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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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표심은 "이슬람"

입력
2007.07.2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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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예상대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초 목표했던 개헌선인 의석 3분의2 획득에 실패한데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 향후 5년의 집권 기간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승리개발당은 23일 개표가 완료된 결과 46.7%를 득표, 전체 의석 550석 가운데 341석을 차지했다. 개헌선에는 미달했지만 확실한 과반수를 얻음으로써 야당과 연립 없이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과는 정의개발당이 2002년 총선에서 35%의 득표율과 352석의 의석을 얻은 것에 비해 득표율이 늘었지만, 의석은 오히려 감소했다. 10% 이상을 득표한 정당에게만 의석을 배분하는 터키의 독특한 선거제도 때문이다.

2002년 총선에는 10% 이상을 득표한 야당이 하나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세속주의 성향의 공화인민당(CHP)과 극우성향의 국민행동당(MHP)이 각각 112석과 70석을 얻었다.

정의개발당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자신들에 반대해온 세속주의 세력 및 군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것이다.

2002년 집권한 정의개발당은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는 등 친서방 노선을 내세우고 있지만, 세속주의 세력은 정의개발당의 궁극적인 목표가 이슬람 근본주의로의 회귀라고 의심해왔다.

이로 인해 세속주의 대변자로 자처해온 군부는 야당, 헌법재판소와 연합해 정의개발당이 총리에 이어 대통령직까지 차지하려는 야심을 좌절시키는 등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왔다. 터키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자리이지만 의회 법안 거부권을 갖고 있어 세속주의의 보루로 여겨져 왔다.

정의개발당이 대통령직선제를 강행한다면 세속주의와의 갈등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 경우 4번이나 쿠데타를 통해 이슬람 세력을 좌절케 했던 군부가 다시 나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 총선에서 24석의 의석을 얻어 13년 만에 터키 의회에 진입하는데 성공한 쿠르드족 출신 의원들을 어떻게 다루느냐도 해결 과제다.

쿠르드족 독립을 주장하는 민주사회당(DTP) 소속인 이들 의원은 정당 득표율이 10%에 미달할 경우 의석을 배분 받지 못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 같은 난제들로 인해 에르도안 총리는 당분간 야당과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운동 기간 중 그가 종교 문제의 언급을 피하면서 세속주의자들을 자극하지 않은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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