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 이슬람 여당과 세속주의 야당간의 대결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아온 터키 총선이 22일 실시됐다.
결과는 빠르면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23일 오전 3시)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550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는 14개 정당과 700여명의 무소속 후보가 참여했다. 터키 의회는 임기 5년의 단원제이다.
이번 총선은 예정보다 4개월 앞당겨진 것이다. 이슬람주의를 내세운 여당인 개발정의당(AKP)이 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독식하려는데 대해 야당과 군부 등 세속주의 세력이 강력 반발하자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가 “국민의 표로 심판 받겠다”며 조기총선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4월 AKP가 의회에서 이슬람 성향의 압둘라 굴 외무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려다 세속파의 대규모 시위로 무산된 데 대한 반격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총선 결과 단독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리고 승리할 경우 대통령 직선제 도입과 함께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정치ㆍ경제ㆍ사회 분야의 개혁을 공약했다. 이 같은 자신감에는 연평균 7.8% 경제성장 등 업적과 국민의 99%가 무슬림이라는 배경이 깔려 있다.
투표 결과는 이변이 없는 한 AKP가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수준의 승리를 거둬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심은 AKP가 단독으로 헌법 개정이 가능한 3분의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느냐 여부에 쏠려 있다.
14, 15일 실시된 여론조사는 AKP가 42.6%의 득표율로 310~340석으로 과반은 차지하지만 헌법 개정 정족수 확보는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속주의 성향의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이 17.3%로 100~120석을, 극우성향인 민족행동당(MHP)이 12.5%로 70~9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AKP가 압승할 경우 세속주의 수호를 고수해온 군부의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군부는 1923년 종교의 정치 및 일상생활 개입을 차단한 세속주의를 기반으로 터키공화국을 세운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의 유훈을 받들어 과거 4차례 쿠데타를 일으켜 이슬람주의 세력을 견제해왔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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