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외 노조를 고수해 온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출범 5년 4개월 만에 합법 노조로 전환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 노동운동에서 상당한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현재 정부와 진행하고 있는 공무원 단체협상 구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전공노는 21일 서울 송파여성회관에서 비공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전공노 합법화 여부 안건’을 상정, 과반수 찬성(155명 중 85명 찬성)으로 합법 노조 전환을 공식 의결했다.
권승복 위원장 등 전공노 지도부는 모두 사퇴했다. 전공노는 9월 새 지도부를 선출한 뒤 10월 중 노동부에 정식 노조 설립을 신고할 계획이다. 이로써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 29만명 중 약 60%인 18만명이 합법 노조에 들어가게 됐다.
전공노의 합법화 결정은 그 동안 대 정부 투쟁으로 지친 조합원들을 추슬러 조직 와해라는 최악의 상황만은 막아 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2002년 3월 조합원 10만명으로 출범한 전공노는 공무원의 단체행동권(파업권) 보장을 요구하며 정부와 줄곧 첨예하게 대립했다. 정부는 조합원 3,000명을 징계(167명 해고)하고 노조 사무실을 강제 폐쇄하는 등 전공노를 강하게 압박했고, 이 과정에서 지도부의 강경 노선에 반기를 든 공무원들의 탈퇴가 이어져 전공노는 붕괴 직전까지 갔다.
노조의 합법화 여부를 놓고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던 전국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와 중앙행정기관노조는 최근 전공노를 탈퇴한 뒤 정식 합법 노조로 전환했다.
정부와의 단체협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도 있다. 5일 시작된 정부와의 단체협상에 나선 공무원 노조의 대표는 조합원 5만1,000명의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다. 공노총이 주도하는 단체협상에서 소외될 경우 전공노는 조합원들로부터 “실리도 못 챙기고 협상장 밖에서 투쟁만 하는 무책임한 노조”라고 비난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그러나 “전공노는 단체교섭 예비기간에 합법 노조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교섭주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와 공무원 노동조직 간 단체교섭이 시작됐을 당시 전공노는 불법 단체였던 만큼 합법화 한다 해도 교섭 자격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전공노 관계자는 “합법화 이후엔 단체교섭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공노의 합법화 선언으로 공무원 노동운동의 판세는 공노총, 민공노, 전공노 등 3개 주요 조직으로 갈라지게 됐다. 따라서 복잡하게 얽힌 노조간 이해관계를 정리해 노노(勞勞)갈등의 불씨를 없애는 것이 이들 공무원 노조들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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