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식 경선 레이스의 출발점인 경선후보 4명 간 TV토론회가 제주에서 열렸다. 첫 TV토론회에서 유력 경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상대방에게 비교적 얌전한 질문을 던진 반면, 군소 후보인 홍준표 원희룡 의원은 차별화한 정책 노선으로 두 후보에게 공세를 퍼부었다.
우선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TV토론회를 앞두고 취약 부분에 대한 방어 논리를 개발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박 전 대표는 ‘5ㆍ16은 구국혁명’이라는 역사관을 비판하는 원 의원에게 “조선 건국에 대해 포은 정몽주와 세종대왕의 평가가 다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이 전 시장은 홍 의원이 땅 문제를 언급하자 “일을 많이 하다 보면 다소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일을 안 했으면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현실론’을 폈다.
외교ㆍ안보 분야에선 한나라당의 신 대북 정책이 쟁점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강경 기조를 보여 온 박 전 대표에게 공격이 집중됐다. 원 의원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임기 내에 북미 수교까지 예상되는데 박 전 대표의 남북 관계 인식은 지나치게 뒤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도 “북한 핵 문제는 지난 20년 간 계속된 문제인데 북핵 폐기를 모든 대북 정책의 전제로 삼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내놓은 신 대북 정책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상호주의는 좌파ㆍ우파 정책이 아니라 국제 관계의 기본적 작동원리”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세 경선후보는 재질문은 물론, 추가 답변 기회까지 사용하면서 칼날을 세웠다.
이랜드 비정규직 파업 사태의 해법을 놓고도 공방이 오갔다. 이 전 시장이 불법 파업에 대한 엄단을 강조하자 홍 의원은 “이랜드 파업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이 전 시장의 해법은 5ㆍ6공화국과 마찬가지”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현대차 노조 같은 고임금 지도자의 정치 파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응수했다.
검증청문회 내내 쟁점이었던 이 전 시장의 차명부동산 의혹, 박 전 대표의 고 최태민 목사 관련 질문은 거의 사라졌다. 검증 공방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높아져 있고 아프가니스탄 납치 사건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지나친 네거티브는 이롭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TV토론회는 편성 시간대가 심야(오후 10시30분~오전 1시)였고, 질문 1분에 답변 1분30초 등 토론 형식에 제약이 많아 밀도 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이 전 시장 측의 토론 횟수 축소 요구로 당장 다음 토론회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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