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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예술 대신 상혼 점령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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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예술 대신 상혼 점령 '씁쓸'

입력
2007.07.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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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문화예술 공간은 거의 없고 상업 시설만 가득하네요.”

22일 오후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내 ‘헤이리 마을.’국내 최초의 문화예술 공동체인 이 마을 5번 게이트에 접어들자 심각한 교통 체증이 시작됐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테마 파크인 ‘딸기가 좋아’를 방문하기 위한 차량 행렬은 100m 이상 긴 꼬리를 물었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인근 도로변은 무단 주차 차량들로 가득하다. 중심부로 들어가면 이 곳이 순수 문화예술 공간인지 눈을 의심케 한다.

팬시점과 레스토랑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데다 대부분의 미술관과 박물관, 서점 등은 성격이 모호한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 영화관련 박물관을 찾은 김태훈(30ㆍ서울 양천구)씨는 “전시관의 질이 떨어지는데도 상당수 시설은 비싼 입장료를 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양한 문화장르가 공존하는 순수 문화예술 마을을 지향한다는 ‘헤이리 마을’이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가난한 예술인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설립취지는 간데 없고 변질된 상업시설만 가득차고 있다.

파주 지역 전통 농요인 '헤이리 농요'에서 이름을 딴 이 마을은 1997년부터 시인과 소설과, 음악ㆍ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등 370여명의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문화예술 공동체다.

그러나 일부 시설은 예술성을 무시하고 무분별한 임대사업은 물론 주점까지 운영해 비난을 받고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임대 매물이 부쩍 늘고 있다”며 “보증금 5,000만원에 월 150만원만 내면 카페, 음식점 등 어떠한 업종도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박물관 등의 비싼 이용료도 원성을 사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시설은 2,000원~1만원의 입장료를 받고 팬시물과 음식물은 별도로 판매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박물관과 전시관 등 대 여섯 곳 정도를 둘러봐도 입장료만 10만원 가까이 든다.

계속되는 시설 공사에 따른 안전사고도 우려된다. 헤이리에는 총 350여채의 건물이 들어설 예정인데 현재 140여채만이 완공됐다. 나머지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안전시설을 구비하지 않고 있어 사고 가능성이 높다.

대중교통 수단 및 공공시설 부족도 문제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헤이리를 찾은 박찬민(38)씨는 “서울에서 버스가 단 한대밖에 안 다녀 힘들게 찾아왔다”며 “마을에도 안내 표지판이 없어 큰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모(27ㆍ여)씨는 “공중화장실은 물론 벤치 등 편의시설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민 자치 기구인 헤이리마을 사무국 관계자는 “미술관과 카페 등 대중적인 공간이 늘어나면서 부작용이 생기는 것 같다”며 “앞으로 문화예술 공간 확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파주시도 뒤늦게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헤이리 일대를 ‘문화지구’로 지정키로 하고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문화지구로 지정되면 유흥주점 등이 들어설 수 없게 돼 헤이리 내 난개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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