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일 오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을 납치한 무장단체의 대변인이 아프간 주둔 한국군에 21일 정오까지 철수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피랍자 18명을 살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자 초 긴장 상태에 빠졌다. 정부는 외신을 접하자 마자 현지 대사관 및 아프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미국 등 아프간 파병국과의 외교라인을 총 동원해 진위파악에 나섰다.
정부는 최악의 경우 사상 최대의 피랍 참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절박한 우려 속에 밤 11시께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을 서둘렀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파악한 피랍자 수와 아프간 정부 및 외신을 통해 무장단체가 밝히는 피랍인원이 일치하지 않고, 피랍과정 및 피랍단체의 성격 등 중요한 사실관계 파악에 혼선이 생기자 당혹해 하는 모습도 역력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모든 채널을 동원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무장세력의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확인이 되더라도) 구체적 상황을 정확히 말할 수 있을 지도 약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피랍자들을 더욱 위험에 빠뜨릴지 모른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였다.
정부는 아울러 대사급 인사가 이끄는 정부합동 신속 대응팀을 꾸려 최대한 빨리 현장에 급파하기로 했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다드파르 스판타 아프간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피랍자들의 조속하고 안전한 귀환을 위해 협조해 줄 것을 주문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스판타 장관은 정부 내 특별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다각적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고 통화 내용을 전했다.
정부는 납치된 한국인 중 일부가 해외 로밍 서비스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입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위치 수색을 통해 억류돼 있는 장소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아프간에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진 약 200명의 한국인에 대해 현지 대사관을 통해 가능한 빨리 아프간을 떠나도록 유도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안전 대책이 미비한 단기 체류자의 출국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당분간 모든 한국인에 대해 아프간 입국 비자를 발급 중단 및 모든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해 줄 것을 주한 아프간 대사관에 요청했다. 정부는 또 아프간에 주둔 중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이탈리아 등 10개 국으로 구성된 국제지원군에 납치 관련 정보를 알리고 협조 체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오후 2시에 외교부 청사에서 정부 합동 대책회의를, 오후 4시에는 청와대에서 청와대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부처가 참석하는 테러대책 실무회의를 잇달아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