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활동 혐의로 기소된 재미 교포 박일우(58ㆍ미국명 스티브 박)씨가 체포 하루만에 석방됐다.
미국 뉴욕 지방법원은 19일 한국 정부를 위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박씨를 보석금 15만 달러(약 1억 4,000만원)를 받고 석방하면서 전자감시기구 착용을 명령했다.
미연방 남부지검의 기소 내용에 따르면 박씨는 2005년 4월부터 이달 초까지 뉴욕주재 유엔대표부와 뉴욕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한국 정보요원 4명과 여러 차례 접촉해오면서, 이를 의도적으로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인 혐의로는 ▦지난 2년간 뉴욕 주재 한국 영사관 및 유엔대표부 관계자들을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이를 부인한 것 ▦전화 감청에서 박씨가 주변에 한국 관계자들에게 돈을 받았다고 시사한 것 ▦2005년 방북 후 북한 관계자들이 살충제와 마취제 등을 요청한 사실을 한국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 등이다.
미연방 남부지검이 밝힌 기소내용은 일단 박씨가 지난 2년간 북한 관련 정보를 한국 정부측에 알려준 혐의와 관련해 FBI측에 3건에 걸쳐 이를 부인하는 거짓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간첩행위가 아니고, 연방법상 최고 2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위증에 해당한다.
박씨를 체포한 미연방수사국(FBI)는 박씨가 북한으로부터 정보를 입수한 뒤 한국쪽에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미국의 외국 정보요원등록법(FARA)은 외국 정부의 요원으로 활동할 경우 FBI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 형법 951조 등은 법무장관에 알리지 않고 외국 요원으로 활동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 80년대 초 미국으로 이민 온 뒤, 약 10여년 전부터 매년 5~6차례 북한을 정기적으로 방문해온 대표적 대북교류 사업가다. 최근 평양소주를 미국에 수입했고, 2002년엔 북한으로부터 6만3,000 달러 상당의 여성 블라우스를 미국에 수입해 생산지를 북한(D.P.R of Korea)으로 표기해 처음으로 미국에 판매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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