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시작되는 미 민주, 공화 양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각 당의 ‘집안 싸움’이 한층 격렬해지고 있다.
추락하는 당내 경쟁자의 지지기반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땅 빼앗기’가 노골화하는가 하면 유력 대선주자들의 배우자까지 가세, 서로에게 날선 공격을 퍼부어대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한때 가장 강력한 주자로 평가됐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저조한 정치자금 모금 실적과 선거 참모들의 대거 이탈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자 다른 주자들이 그의 빈 공간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혈안이 됐다.
매케인 의원이 자금 부족 등으로 가장 먼저 당원대회를 여는 아이오와주의 선거참모를 절반으로 줄인 직후 여론조사 지지도 당내 1위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18일 즉각 아이오와주로 달려갔다.
온건중도 성향의 매케인 지지층을 흡수하겠다는 계산에서다. 줄리아니 전 시장 뿐 아니라 공화당의 다른 모든 주자들도 매케인 의원의 고사를 바라고 있지만 직접적 공격은 삼가고 있다. 낙마한 매케인 의원으로부터 지지선언을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최근 지지도 3위인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부인 엘리자베스와 1위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간의 ‘배우자간 공방’이 당내 경쟁의 치열함을 실감케 했다.
엘리자베스가 한 온라인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힐러리는 남자처럼 행동하기 위해 여성문제를 회피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남편이 당선되면 힐러리 보다 더 일관된 여성 정책을 펼 것”이라고 맹공을 가한 것이 발단이었다.
발끈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한 방송에서 “최근 선거에 출마한 사람 중 힐러리 보다 여성에 대해 더 나은 공약을 제시한 사람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힐러리 의원은 19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응답자들로부터 ‘대선에서 이길 것 같다’는 반응을 얻어냄으로써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높였다.
힐러리 의원은 민주당 다른 주자들로부터 공통의 표적이 되고 있지만 미국 유권자의 63%는 그가 당내 경선에서 이기면 미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와 CBS 방송이 9~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3%는 힐러리 의원이 미국 대선에서 ‘이길것 같다’또는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했다.
민주당원들(77%)은 물론 절반이 넘는 공화당원들(53%)도 힐러리 의원의 승리를 점쳤다. 성별로는 여성(65%)이 남성(59%)보다 힐러리 의원에 호의적이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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