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보헤미안 / 홀름 프리베, 사샤 보로 지음·두행숙 옮김 / 크리에디트 발행·364쪽·1만5,000원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아갈 수 없을까.”
회사라는 이름의 조직에서 얼마간 세월을 보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좋아하는 일을 못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한 회사의 현실은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이다.
여기에 그 괴로움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있다. ‘디지털 보헤미안’들은 안정된 일자리와 임금이 보장되는 정규직을 거부한다. 그들은 조직이 규정한 삶이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스스로 정한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한 이들이다.
저자 자신들이 디지털 보헤미안의 전형이다. 프리랜서 작가인 이들은 유명 인사들과의 우연한 만남 이야기를 주로 싣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나 신문에 게재할 기사를 쓰고, 여러 에이전시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서로에게 일을 주선해주면서 돈을 벌었다. 그들은 거래하던 기업들이 꽤 좋은 보수와 조건으로 정규직을 제의했음에도 거절했다.
“지금부터 2주일 후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사이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은 거액의 수표가 주어진다 해도 매력적일 수 없다”는 게 그들의 말이다.
디지털 보헤미안들은 인터넷을 도구로 다양한 형태의 일을 하며 생활을 영위한다. 웹사이트나 산업박람회에서 사용할 영상물의 음악을 선택해주는 사람들은 컴퓨터에 수많은 mp3파일을 수집해놓고 이를 팔아 돈을 번다. 투자회사를 위해 유럽의 바이오테크 회사들의 프로필을 수집하는 일처럼 인터넷을 ‘이리저리 수색하면서 복사해 붙이는 일’로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
과거 유럽의 보헤미안들은 자유롭지만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디지털 디바이스로 무장한 21세기의 보헤미안들은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도 있다. 책은 디지털 보헤미안들의 탄생과 역사, 그들의 고민, 일하고 부를 창출하는 방식, 미래를 생생히 묘사한다.
저자들은 “독립적이지 못한 채 임금을 받으며 하는 노동은 ‘만성적인 질병’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사회적 제도와 관습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조직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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