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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왕의 빨래를 훔친 엄마 트롤' 냉정함 잃는 자, 왕좌를 잃는다는 걸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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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왕의 빨래를 훔친 엄마 트롤' 냉정함 잃는 자, 왕좌를 잃는다는 걸 모를까"

입력
2007.07.2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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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발렌베리 글·욘 바우어 그림 / 상상발문관 발행·164쪽·9,000원

여름밤 무더위 때문에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줄 선물로 ‘도깨비’ 이야기만한 것이 있을까. 이번에는 북유럽 도깨비 ‘트롤’ 의 이야기다.

북유럽 신화에 따르면 트롤은 천지창조시기에 다른 신들과 싸웠던 용맹한 거인으로 기독교가 세력을 넓혀가자 깊은 숲속에 들어가 목숨을 부지했다.

<왕의 빨래를 훔친 엄마 트롤> 은 아동작가 안나 발렌베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트롤의 민담을 채록해 각색한 이야기 8편을 묶은 책이다.

우리나라 도깨비 대부분의 형상이 구체적이지 않은 반면(방망이와 뿔 달린 형태의 도깨비는 일본의 ‘오니’라는 주장이 요즘 힘을 얻고 있다.) 트롤은 생생한 육체성을 띄는 것이 특징.

작가의 묘사는 구체적이다. ‘눈은 마치 불덩이가 타오르는 듯하고, 앞으로 삐져나온 소름끼치는 이빨을 드러낸다’ ‘못생기고 귀까지 찢어진 입에 무처럼 두꺼운 코와 털이 잔뜩 난 눈썹을 하고 있으며 왼손은 늑대의 발처럼 생겼다’

그러나 흉측한 겉모습과 달리 트롤이 공포스럽지는 않다. 트롤은 산 비둘기를 죽여 털을 뽑거나 채찍을 휘둘러 거울을 깨뜨리거나 집채 만한 바위를 집어던질 정도로 심술??지만 사람을 해치지는 않기 때문.

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콧바람을 뿜거나 재채기를 해 싸우는 4명의 거인 트롤들(<네명의 거인 트롤과 어린 목동 페터> ) 예쁜 아기가 갖고 싶어 보모를 속여 자신의 못생긴 아기트롤과 바꿔치기 하는 아빠 트롤( <뒤바뀐 아이> )의 모습을 보면 무섭기는 커녕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다.

동화인 만큼 ‘욕심 부리지 말라’ ‘남을 도와주면 복을 받는다’ ‘게으름 부리지 말아라’ 같은 삶의 교훈들을 착실히 전달한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치고박고 싸우는 거인 트롤들 대신 냉정함과 침착함을 보인 목동 페터가 다른 트롤들에 의해 왕으로 추대받는 것이나, 암소를 찾기 위해 깊은 숲속에 들어간 소년이 자신을 해치려는 마녀, 감시견, 곰들에게 은혜를 베풀자 오히려 나중에 도움을 받아 뜻을 이루는 장면들이 대표적이다.

처음 접하는 머나먼 북유럽의 도깨비 이야기이지만 인간적인 면모 때문에 우리나라 도깨비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친숙하다. 상상박물관은 스웨덴의 트롤 이야기를 비롯해 지금까지 잘 소개되지 않았던 나라의 옛 이야기들을 발굴해 시리즈로 펴낼 계획이다. 9월 발간되는 필리핀편을 비롯해 미국, 일본, 노르웨이, 인도, 베트남 등의 옛 이야기도 곧 묶여져 나온다. 초등학교 고학년용.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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