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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 자녀 '한국문화 체험캠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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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 자녀 '한국문화 체험캠프' 풍경

입력
2007.07.2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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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모래판에서 샅바라는 끈을 붙잡고 싸우는 이 경기의 이름은?”

“마지막 문제는 받아쓰기에요. ‘된장찌개 국물이 끝내줘요’는 어떻게 쓸까요?”

고사리같은 손에 굵은 수성펜을 쥐고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마침내 흰 책받침 위에 쓱삭거린 답을 자신있게 머리 위로 번쩍 든다. 사회자가 답을 말하는 순간 노란 머리, 파란 눈동자, 갈색 피부의 아이들은 탄식과 환호가 교차했다. 18일 저녁 충남 천안시 한 리조트 강당에서 열린 ‘한국말 골든벨’ 퀴즈 문제풀이 광경이다.

외국인근로자 자녀 87명이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한국문화 체험에 나섰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한국문화 체험캠프’는 갈수록 늘고 있는 다문화(국제결혼)가정 자녀의 한국문화 적응을 돕고,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가치관을 긍정적으로 심어 주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했다.

참가 학생들은 모두 외국 국적 또는 ‘한국-일본’ 식으로 이중 국적을 갖고 있으며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 한국 학생들과 함께 어울려 공부하고 있다. 국적 기준으로 따지면 일본이 28명으로 가장 많다. 몽골(19명) 중국(14명) 미국(3명) 파키스탄(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첫날은 어린이 예절학교인 근화원(서울 광진구 능동)에서 한국 전통예절 수업을 받는 것으로 시작됐다. 한복 옷고름도 매 보고, 어른께 큰절하는 법도 배우고, 다도에 관한 설명도 들었다.

송중초 6학년 최순(중국)양은 “한국의 차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녹차가 몸에 좋은 차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시 외암리 민속마을, 천안 독립기념관 등도 방문 대상지였다.

학생들이 개인별로 느끼는 한국과 학교 생활은 각양각색이다. 창천초 2학년 윌슨 줄리엣(8ㆍ뉴질랜드)양은 “한국말을 배우는 게 제일 재미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올렸다.

숭인초 6학년 김사랑(몽골)군은 “빌딩만 빽빽한 서울이 답답할 때가 있다”며 “가끔 초원이 넓게 펼쳐진 고향이 그리워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김군은 학교 친구들 얘기를 묻자 금세 “애들이랑 요즘 발야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신이 났다.

한국문화캠프 인기는 해가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80명 정원을 간신히 채웠지만, 올해는 똑 같은 수의 정원에 228명이나 몰렸다. 3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시교육청은 신청이 몰리자 부득이 학교 당 참가학생 수에 제한을 둘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명단에 끼지 못한 학생 7명이 짐을 싸서 “나도 넣어 달라”며 캠프 출발일 아침 시교육청과 근화원을 예고없이 찾기도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어린 학생들을 차마 집에 그냥 돌려보내기가 어려웠다”며 고심끝에 어린이 7명을 그냥 ‘깍두기’로 끼워 넣었다.

20일 캠프를 마친 후 중국 국적의 한 여학생은 “그 동안 몇몇 학교 친구들이 ‘중국애’라고 놀려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이번에 여러 전통ㆍ현대문화 체험을 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아주 좋아졌다”고 털어 놓았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4월 현재 전국 초ㆍ중ㆍ고교에 다니는 국제결혼가정 자녀는 1만3,445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85%는 초등학생이다. 행사를 주관한 이재관 시교육청 장학사는 “학생들 중에는 앞으로 한국 생활을 계속할 사람도 있고, 외국에 나가 살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어렸을 적 한국에서의 좋은 경험이 미래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천안=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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