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된 한국인들이 몇 명이냐를 놓고 혼선이 오가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납치된 한국인이 21명이라고 밝혔지만, 탈레반측은 자신들이 남자 3명, 여자 15명 등 모두 18명을 억류 중이라고 말해 현재로선 정확한 사건 개요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장세력,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 세워
현지 경찰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한국인을 태운 버스가 19일 오후(현지 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남부 칸다하르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수십 명의 탈레반 무장세력이 가즈니주(州) 카라바그 지역에서 무장한 채 버스를 세웠다. 무장 세력은 현지인 운전기사를 위협해 버스를 사막지역으로 몰고 가게 한 뒤 버스는 버려두고 승객들을 도보로 한시간 가량 이동시켰다. 무장세력은 이어 현지인 운전 기사만 풀어준 뒤 한국인 승객들만 모처로 끌고 갔다. 알리 샤 아마드자이 현지 경찰서장은 “빈 버스를 발견했으며 그 지역 일대에서 수백명의 경찰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납치된 카라바그 지역은 아프간 중부지역으로, 수도 카불에서는 140㎞정도 떨어진 곳이다. 카불_칸다하르 도로는 후미진 곳이 아니라 상당히 길이 넓은 고속도로로 봉사단체가 칸다하르로 갈 때 이용하던 도로여서 탈레반 반군들이 간간이 출몰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납치된 한국인은 경기 성남시 정자동의 샘물교회 소속 신도들. 이들은 선교 및 봉사활동을 위해 한국인 봉사협력단을 구성해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샘물교회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에서 출국한 인원은 배형규 목사를 비롯해 모두 20명으로, 이들은 13일 두바이를 거쳐 아프간에 입국한 뒤 그동안 아프간 북부 마자리샤리프 등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아프간 현지에서 기독교 계열 비정부 단체인 봉사요원 3명이 이들과 합류했다.
사건이 발생한 19일 한국인 신도들은 칸다하르로 이동해 힐라병원과 은혜샘 유치원에서 봉사활동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이날 오후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 은혜샘 유치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한민족복지재단 관계자는 “19일 낮에 ‘아침 10시40분(한국시간 오후 3시10분) 카불을 출발해 오후 5시에 칸다하르에 도착할 것’이라는 내용의 통화를 했다”며 “하지만 도착 예정시간이 다 돼 통화를 시도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들 일행은 봉사활동을 마친 뒤 23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이들 중 여성 신도 한명은 이날 개인 사정으로 일찍 아프간을 출국해 화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한 보안조치 없었던 듯
아프간은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외국인 납치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이번에 피랍된 한국인들은 특별한 보안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가니스탄의 가즈니주의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는 “그들은 이 지역을 여행하는 동안 우리 경찰이나 치안담당자들에게 연락하거나 보호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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