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점거 농성 사태가 20일 경찰의 강제 해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끝나면서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비정규직법에 대한 노사 양측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이랜드 사태가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미봉된 만큼 정부가 바라는 ‘비정규직법 연착륙’이 물건너 가는 등 심한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노동계는 이날 한 목소리로 정부와 이랜드를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총력투쟁지침’을 마련, 전국 이랜드 계열 60여개 매장에 대한 대대적인 ‘타격 투쟁’과 불매운동 확대를 선언했다.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해 정부와도 일전(一戰)을 불사할 태세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공권력 투입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정부는 비정규직을 탄압하는 기업을 비호하면서 비정규직법을 악용해 횡포를 부리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교섭을 파탄으로 이끈 이랜드 사측이 다시는 국내에서 기업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타격을 입히는 투쟁을 민주노총 차원에서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사태와 거리를 뒀던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고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형성시킬 수 있는 뚜렷한 담보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오히려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랜드 사태는 노사가 비정규직법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주요 쟁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한 ‘시험대’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랜드 사태는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과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비정규직법의 딜레마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랜드는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주 내용으로 하는 비정규직법을 피하기 위해 ‘계약 해지’방식으로 비정규직을 사실상 해고하고 계산원 업무를 외주화했다.
이는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을 더 확산시킬 것”이라고 반발해 왔던 노동계의 주장이 현실화한 것이다. 다른 사업장에서도 정규직 전환은커녕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자리만 뺏기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계층간 갈등을 부추기는 애물단지’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경영계도 이랜드 사태 해결에 대해서는 환영 입장을 보였지만, “현행 비정규직법으로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되려 ‘일자리 감소’라는 부메랑이 노동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처럼 비정규직법에 대한 정부와 재계, 노동계의 입장이 모두 다른데다 법 개정 방향에 대한 입장차도 커 ‘제2의 이랜드 사태’는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비정규직법 논란이 산별교섭 등을 내세운 금속노조 등의 하투(夏鬪)와 결합할 경우, 비정규직법 문제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뒤따를 수 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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