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에서 EU가 생소한 지적재산권 맹공세로 우리측을 당혹케 하고 있다.
김한수 한ㆍEU FTA 우리측 수석대표는 2차 협상 3일째인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EU측이 추급권과 공연보상청구권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협상 결과에 따라 정도는 달라지겠지만 한ㆍEU FTA가 체결되면 새로운 지적재산권에 따른 상당한 실생활 변화가 예상된다.
추급권(재판매권)이란 미술품 소유권이 경매 등을 통해 넘어갈 경우, 수익의 일정 부분을 저작권자 또는 저작권 상속자(유가족ㆍ기관)에게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저작권자 사후 70년까지 보장되며 EU 27개 회원국에서 인정되고 있다. 현재 EU는 작품 가격 5만 유로 미만의 경우 판매액의 4%, 5만~20만 유로 미만은 3%, 20만~35만 유로 미만은 1% 등 가격에 따라 달리 지급하고 있다.
3,000유로 이하 작품은 추급권을 면제하고 로열티 상한선은 1만2,500유로로 정했다. 경매 등 전문 중개상을 통해 판매될 경우에만 해당하며, 개인간 매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국내에 추급권이 인정되면 화가, 조각가 등의 저작권 보호는 크게 강해지는 반면, 미술 경매시장에는 어느 정도 타격이 예상된다. 추급권이라는 새로운 비용이 생기는 셈이어서 경매 활성화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공연보상청구권은 음악과 관련한 새로운 지적재산권이다. 음식점, 카페 등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틀 경우 이를 공연으로 간주해, 해당 음악의 실연자(가수나 연주자), 음반 제작자에게 보상을 해주자는 것이다. 이는 작사ㆍ작곡가 등 저작권자에게 로열티를 지급하는 저작권과는 다른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저작권을 통해 백화점, 기내, 노래방, 시행령상 규정된 유흥음식점 등 규모가 큰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틀 경우에 한해 작사ㆍ작곡가에게만 보상하고 있다.
공연보상청구권이 도입되면 소규모 카페나 음식점, 옷가게 등에서 음악을 틀 때마다 실연자, 음반 제작자에게까지 보상을 해야 해 영세 자영업자들의 큰 부담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EU가 이 문제로 미국과의 분쟁에서 승소하는 등 국제적 분위기도 이 쪽으로 흐르고 있어 EU측의 강한 압박이 예상된다.
지리적 표시제(GI) 또한 EU가 주장하는 지적재산권 보호장치다. 샴페인, 코냑, 스카치위스키 등 특정 지역명이 상품 이름으로 통용되는 경우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고 샴페인 같은 상표를 함부로 쓸 수 없다는 뜻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추급권이 미술 시장의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공연보상청구권도 영세업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면밀하게 검토해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서나 생활문화와는 모두 거리가 있는 내용들이어서, 도입시 적잖은 충돌이 예상된다.
한편 양측은 이날 협상에서 우리측이 요구한 금융기관 임원ㆍ이사의 국적제한철폐에 합의하는 등 금융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금융 관련 민간 기구가 현지에 진출한 상대국 금융기관에 대해 차별적 대우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고, 우리 금융기관이 현지의 지급결제시스템을 이용하기로 했다.
브뤼셀=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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