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는 중생을 차별하지 않았지만, 그 가르침은 더러 그러했다. 문자에 밝지 않으면 경전의 가르침을 온전히 받들기 어려웠으니 아마도 부처의 마음이 소슬했을 것이다. 그래서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변상도(變相圖)라는 삽화가 생겨났다. 손으로 베껴 쓴 경전인 사경(寫經)에 붙은 삽화 ‘사경변상도’는 이웃나라들이 몹시 탐냈던, 한국 불교미술의 가장 값진 보석 중 하나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홍남)이 국내 최초로 국보급 사경변상도 100여점을 모은 기획특별전 <사경변상도의 세계, 부처 그리고 마음> 을 24일부터 9월16일까지 개최한다. 보존과 관리가 특히 어려운 사경변상도는 일반인들뿐 아니라 연구자들도 실물을 접할 기회가 극히 드문 분야라 전시 준비에 많은 품이 들었다. 사경변상도의>
이번 전시에는 각 지역 국립박물관 소장품은 물론 공·사립박물관과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까지 총망라된다. 특히 고려시대에 제작돼 일본의 사찰과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40여점의 문화재도 함께 전시되는데, 이 중 14점은 국내에 첫 공개되는 것들이다.
전시목록은 뛰어난 심미성과 정신성으로 사경변상도의 절정을 꽃피웠던 고려시대에 집중돼 있다.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고려 충렬왕대의 승지 염승익이 발원한 개성 남계원석탑 출토 <법화경 그림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1질(帙)이 보존처리를 거쳐 처음 선보이며, 고려시대 금자경(金字經)으로 가장 오래된 대보적경(大寶積經)이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에서 서울 나들이를 나온다. 고려 사경승들이 원나라로 건너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화엄경 그림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권제(卷第)71> 도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작이다. 화엄경> 법화경>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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