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2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은 흥분에 휩싸였다. 드디어 자동차 본고장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진출 21년만에 누적 판매 대수 500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자동차 500만대는 차량 1대 길이를 4.5m(아반떼 기준)로 가정하고 일렬로 늘어놓을 경우 서울~부산(428㎞)을 26차례, 뉴욕~LA(4,000㎞)를 3차례 왕복한 거리와 맞먹는다. 1대 높이를 1.48m(아반떼 기준)로 가정하고 이를 쌓을 경우, 에베레스트산(8,848m)의 836배에 달한다. 현대차는 1986년 미국에 ‘엑셀’로 수출을 시작한 이래 21년 만에 이 같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1990년에 100만대를 넘어섰으며 1999년, 2002년, 2005년에 각각 200만, 300만, 400만대를 돌파한 바 있다.
현대차가 이 같은 기록을 세우기 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어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엑셀로 미국 시장에 첫발을 디딘 현대차는 1986년 12월 미 경제 주간지 포춘지의 그 해 미국 10대 상품에 선정되는 등 초기에 붐을 일으켰으나 급격한 판매증가에 따른 정비망 부족과 철저한 품질관리 미흡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했다. 하루가 다르게 판매가 떨어졌다.
하지만 1999년 정몽구 회장이 취임한 후 모든게 달라졌다. 정 회장특유의 뚝심있는 품질 최우선 및 현장 경영을 내세우며 제로부터 다시 시작했다. 고심 끝에 나온 것이 바로 ‘10년, 10만㎞ 보증 서비스’. 정 회장은 품질이 최우선으로 당시 파격적인 보증 서비스 제도를 도입한 것. 이후 소비자들 인식이 바뀌면서 현대차가 다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 제이디 파워 품질조사에서 2004년 쏘나타가 중형차 부문 1위를 차지했고, 2006년에는 종합 브랜드 부문에서 현대차가 도요타를 제치고 일반브랜드 1위를 달성하는 등 해외 평가기관의 현대차 품질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이같은 평가는 곧바로 판매 상승으로 이어져 1999년 78%, 2000년 49%, 2001년 41%라는 비약적인 판매 성장을 기록했다.
엑셀에 이어 119만대가 판매된 아반떼(수출명 엘란트라), 올해말 밀리언 셀러를 앞두고 있는 쏘나타(현재 판매량 94만대) 등이 미국시장에서 베스트 셀링카로 자리잡았다.
현대차는 최근에는 LUV 베라크루즈와 후륜 구동 고급 세단 ‘BH’(제네시스)로 미국 시장에서 다시 한번 돌풍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2012년에 꿈의 1,000만대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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