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19일 청문회는 두 주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명쾌하게 해명되는 장이 되지는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검증위원들의 질문공세는 후보들을 옥죄어 들어가다 중요한 고비마다 맥이 풀렸고, 두 후보도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는 얼버무리기식 답변으로 일관해 근본적 의문들이 풀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우선 이 전 시장에 대해 일고 있는 서울 도곡동 땅 차명보유 의혹과 관련, 가장 큰 의문점이었던 매입 자금 출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청문위원들은 이 전 시장 큰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1985년 땅을 매입할 당시 자금출처에 대해 해명할 것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만약 제가 투자했다고 해도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자신이 없다”며 “22년 전 서류를 웬만한 사람은 갖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물며 다른 사람이 땅을 산 매입 자금 출처를 어떻게 알겠느냐는 뜻이다. 이 전 시장은 “두 사람이 사업을 했기 때문에 살 능력은 있었다고 본다”며 “그 땅을 저와 관련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이 버티자 무뎌진 검증위원들의 창 끝은 더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
상은씨와 김재정씨가 대주주인 다스와 김경준씨가 대표였던 BBK의 실소유주 논란도 기존 공방을 되풀이 했다. 검증위원들은 다스가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사실 등을 거론하며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시장이 아니냐고 캐물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다스에 190억원 투자를 권유한 적이 없다.
다스측이 철저히 계산해서 투자를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문위원들이 “김재정씨가 94년 이후 다스 배당도 안 받았는데, 김 씨가 실제 주주가 아니라는 의혹을 살 수 있지 않나”고 하자, 이 전 시장은 “만약 실제 주인이 나라면 김 씨가 배당도 받고 열심히 빼 가고 했을 것이다. 자기 회사였기 때문에 김 씨가 배당도 안 받고 회사를 키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는 고 최태민 목사에 관련된 문제에서 검증위원들과 평행선을 달렸다. 최 목사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달랐다. 검증위원들은 옛 중앙정보부의 조사 자료 등을 근거로 최 목사의 비리 건수가 이권 개입, 횡령, 사기 등 40여건이나 된다고 했지만, 박 전 대표는 “실체가 없는 것이 아니냐”며 최 목사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아버지가 당시 그런 비리를 알았다면 적당히 넘어갔을 분이 아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또 검증위원들이 언론보도 자료 등을 근거로 최 목사와 밀접한 관계가 아니었냐고 추궁했으나 “사실이 아니다”고 했고,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육영재단 운영에 최 목사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남기업 신기수 회장에게 무상으로 받은 서울 성북동 주택의 증여세를 냈는지에 대해서도 “신 회장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해서 맡겼다”고 답하며 넘어갔다. 공방만 있었을 뿐 의혹 확인은 부실했던 8시간이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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