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넥타이가 남성 정장의 화룡점정이라지만, 여름 만큼은 예외다. 무더위에 넥타이를 벗고 간편한 차림으로 업무효율을 높이자는 취지의 쿨 비즈(Cool+Business) 운동이 몇몇 대기업과 공무원 사회에서 시도되고 있는 요즘, 남성 패션의 화두는 단연 셔츠다. 화려한 타이 없이도 V존에 활력과 세련미를 살리기 위한 셔츠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쿨 비즈의 기수들은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만으로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넥타이를 매면 체온이 1~2도 상승한다. 반대로 넥타이를 풀면 그만큼 체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는 에어컨 가동을 줄일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함으로써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여름 쿨 비즈 운동을 벌인 일본은 6~8월 석 달 동안 7,000kw의 전력을 절감했다는 보고도 있다. 여름 무더위에 넥타이가 환영받기란 영 쉽지 않다.
타이를 매지 않는다고 해서 쿨 비즈가 캐주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캐릭터브랜드 엠비오를 이끌고있는 장형태 디자인실장은 “타이가 할 일을 셔츠가 대신하는 차원일 뿐, 옷차림은 그저 편한 것보다는 좀 더 격식을 갖춰 우아한 세련미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타일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직장인들 사이에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남성들의 패션에 대한 민감성이 크게 높아진 것이 이런 경향을 부추긴다.
자연, 캐주얼 면바지보다는 정장 바지에 재킷, 다트를 잡아 상반신의 윤곽을 드러내는 언타이드(untied) 셔츠가 기본 품목. 검정이나 감색, 혹은 검은보라색 셔츠에 약간 광택이 있는 실버그레이 바지를 곁들이거나, 흰색 셔츠에 흰 바지를 곁들이는 배색이 인기를 얻고 있다.
넥타이 없이 V존을 살리기 위해서는 셔츠의 존재감이 필수다. 쿨 비즈를 겨냥한 셔츠들은 기존 정장용 셔츠에 비해 디자인이 훨씬 강화됐다.
김용은 LG패션 TNGT 디자인실장은 “깃과 몸판을 잇는 목 밴드에 심을 넣어서 셔츠 깃이 주저앉지 않도록 한 언타이드 셔츠는 기본에 속한다. 올 여름엔 여기에 도시적이고 우아한 장식을 가미, 디자인 감각을 높인 제품들이 인기”라고 말한다.
최근의 패션 흐름은 남녀 공히 미니멀한 우아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남성복의 경우 원 버튼이나 투 버튼 재킷이 주종을 이루면서 V존이 깊어지는 만큼 셔츠의 노출 부위가 넓어지는 것이 장식성을 강조하는 배경. 그렇다고 메트로섹슈얼 시대의 화려한 꽃무늬를 연상하면 오해다.
가볍고 얇아서 은근히 비치는 흰색 면ㆍ마 혼방 셔츠 가슴 부위에 같은 색으로 자수를 놓거나, 턱시도처럼 핀턱(핀처럼 얇은 주름을 촘촘히 잡은 장식의 일종)을 잡아서 격식을 살리는 것, 무늬라고 해도 도트(일명 땡땡이) 무늬를 촘촘히 넣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살린다.
좀 더 경쾌한 차림을 원한다면 재킷 없이도 세련된 멋을 살릴 수 있는 T넥 티셔츠나 한 장이지만 마치 두 가지 옷을 겹쳐 입은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페이크 레이어링(fake-layering) 셔츠도 권장된다. 티셔츠에 목 부위만 우븐 소재로 깃을 덧댄 형태 등이 이에 속한다.
김용은 실장은 “쿨 비즈는 기본적으로 ‘차려입은 듯한 느낌을 살리면서 여름을 시원하게 나자’는 것”이라면서 “면바지에 폴로티셔츠 같은 감도 없는 캐주얼이나, 기본형 정장 셔츠를 그대로 이용하는 것은 옷차림의 감도를 떨어뜨린다”고 조언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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