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3시간여 동안 진행된 검증청문회 내내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았고, 말이 중간에 끊기지도 않았다.
고압적이지는 않았지만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특유의 조근조근한 말투로 바로 맞받아쳤다. 사실과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고개까지 절래절래 흔들며 적극 해명했다.
청문회 초반 고 최태민 목사에 대한 질문이 집중되면서 박 전 대표의 목소리 톤이 약간 높아졌다. 김명곤 검증위원이 "최 목사와 관련된 질문만 나오면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냐"고 꼬집자 박 전 대표는 작심한 듯 "아기가 있다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얘기까지 나온다. DNA 검사라도 해줄 테니 애를 데려오라"며 언성을 높였다.
박 전 대표는 육영재단 관련 의혹과 관련, 형제 간에 갈등이 불거진 것이 아니냐는 추궁이 잇따르자 "실체가 없는 일인데 자꾸 말이 커진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더 이상 거친 공방은 없었다. 박 전 대표의 목소리는 차분하게 바뀌었고, 간간히 미소를 띠는 여유까지 보였다.
"독신인데 저출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네티즌의 질문에는 "사실 저도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사람 운명이 생각하지 않은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박 전 대표는 "최 목사와 자꾸 연결되는 것은 다 전생의 업"이라는 보광 스님의 말에 잠시 웃다가 입을 삐쭉하더니 싸늘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영남투자금융이 육영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한 것이 부적절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에는 "얘기를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 실수도 있었다. 박 전 대표는 영남대 의혹에 관한 질문에 "대구대와 청구대가 합치는 과정에서 학교를 맡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병철 전 회장"으로 정정했다.
박 전 대표는 청문회가 끝난 후 "질문에 대해 그동안 느끼고 생각한 대로 말씀 드렸다"며 "어렵거나 곤란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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