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수술 받고 재활이 필요한데 무작정 나가라면 어떻게 합니까. 다른 병원에 가면 바로 입원시켜 주나요? 어쩔 수 없어 이대로 그냥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19일 노조 파업으로 폐쇄된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과 병동에서 만난 백모(31ㆍ여)씨는 구개열 수술을 받은 아들 정모(3)군을 끌어안고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가슴을 쳤다.
파업 이후 4개 소아과 병동에 가득하던 어린 환자와 부모들은 ‘퇴원하라’는 병원의 권고(?)에 못 이겨 대부분 병원을 떠나고 총 162개 병상 중 38개 병상만 남아 있다. 한 병동은 아예 불이 다 꺼진 채 출입문마저 굳게 잠겨 있었다.
아들의 수술을 위해 전남 여수에서 올라온 백씨는 “파업이 시작될 때 나가라는 병원의 얘기를 들었다”며 “처음에는 설마 했지만 보호자 식사 공급마저 끊긴 데다 ‘이러다 아이 치료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퍼지면서 하나 둘 씩 병원을 떠났다”고 말했다.
바로 옆 병상에는 뇌에 물이 차는 병으로 1년 이상 입원하고 있는 한 어린아이가 누워 있었다. 입으로 음식을 먹지 못해 배에 연결된 관을 통해 영양액을 공급 받을 만큼 많이 아프다.
아버지 이모씨는 “대형 종합병원 병상을 알아보고 있지만,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부모들은 병상이 남는 집 주변 1, 2차 진료병원도 있지만 아이가 다른 환경에서 치료 받다 혹시 잘못될까 쉽게 옮기기가 어렵다고 한다.
외래 소아 환자들도 큰 불편을 겪고 있었다. 두 살 배기 아들이 아파 병원을 찾은 김미영(32ㆍ여)씨는 예약시간이 30분 지났지만 아직도 진료시간이 멀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힘겹게 수유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노조파업 열흘째인 19일 현재 49개 병동 중 소아과 병동 등 5개 동을 폐쇄했다. 하루 수술 건수도 평소(170건)의 3분의 1 수준(64건)으로 줄었다.
중노위 조정수용 실낱 희망
폐쇄된 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와 보호자들은 노조가 19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사후조정을 받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었다.
성시영기자 sung@hk.co.kr진실희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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