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9일 서울 효창동 백범 기념관에서 헌정 사상 최초로 대선 경선후보 검증청문회를 개최했지만, 후보들의 각종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보다 변명 기회를 제공한 ‘면죄부 청문회’, ‘부실 청문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상대로 실시된 이번 청문회가 전시용 이벤트에 그쳤다는, 실효성 논란에 휩싸임에 따라 향후 경선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 같은 결과는 후보 캠프의 비협조와 수사권 등이 없는 검증위 조사의 한계 때문에 사실상 예고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날 안강민 검증위원장은 “후보측의 자료제출과 해명이 불성실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날 검증위원들의 질의는 그 동안 언론에 보도된 수준의 의혹 제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청문위원들이 후보들의 답변을 반박하는 새로운 사실이나 의혹을 들고나와 후보들을 궁지에 몬 경우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들의 의혹 시인이나 새로운 의혹제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와 함께 검증위가 질문서를 미리 양 후보측에 배포, 후보측이 답변을 충분히 준비하면서 맥 빠진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 검증위 관계자는 “당이 나서서 후보들을 흠집 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많아 질문 내용의 수위 조절과 질문서의 사전 배포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자신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사실상 전면 부인했다.
박 전 대표는 오전에 진행된 청문회에서 고 최태민 목사 비리 의혹에 대해 “실체가 없는 일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최 목사 딸의 강남 수백억대 부동산 보유 의혹에 대해서는 “어떻게 땅을 사고 팔았는지 알 수 없다.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10ㆍ26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6억원을 생계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경황이 없을 땐데 전 전 대통령의 심부름을 왔다는 분이 만나자고 해 청와대 갔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쓰시다 남은 돈이다. 법적 문제가 없다. 생계비로 쓰시라’고 해 감사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오후 청문회에서 차명재산 의혹이 제기된 ‘도곡동 땅’에 대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금융사기사건에 연루된 투자자문사 BBK에 장학재단이 4억원을 투자하도록 소개했다며 “내가 그 장학재단 감사로 있었고 그 장학금 4억원을 활용하는 담당자가 와서 부탁을 하기에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BBK와 나는 전혀 관련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제 성취라는 선물을 준 우리 사회에 감사하며, 성취를 우리 사회에 돌려드리고 싶다”며 “제 재산을 아이들에게만 돌려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공익적 목적으로 재산을 사용하겠다는 장기적 계획을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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