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초에 일본 니가타(新潟)현 일대를 뒤흔든 지진은 '리히터 규모 6.8'로 보도됐다. '도로 곳곳이 무너지고, 건물 400여 채가 붕괴했다'는 기사 내용이나 뒤틀려 무너지고 끊어진 도로 사진을 통해 땅이 얼마나 크게 흔들렸는지를 짐작해 볼 수야 있지만, '규모 6.8'이란 숫자는 아무런 실감을 주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진의 규모는 땅 속 깊은 곳인 진원에서의 지진에너지 크기를 나타낼 뿐, 인간 생활이 이뤄지는 땅 표면에 전달되는 진동의 크기는 진원과의 거리, 지질구조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지진 규모와 감각의 괴리를 메우기 위한 수치가 진도다. 땅 표면에서의 진동의 크기를, 인간의 오감이 포착할 수 있는 결과적 현상에 비추어 등급을 매겨놓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건축물 상황을 반영해 만든 '수정 메르칼리(MM) 진도계급'은 '일반 건축물의 부분적 붕괴'(진도 8), '지표면의 심한 균열, 철로의 뒤틀림'(진도 10) 등 1~12의 12단계로 진동의 크기를 나타낸다. '일본기상청(JMA) 진도계급'은 0~7의 8단계이고, '진도 5'와 '진도 6'에 '강ㆍ약'이 따로 있어 실제로는 10단계이다.
■진도 등급도 완전한 실감을 주진 못한다. 우선 한국은 미국처럼 'MM 진도계급'을 쓰고 있지만 건축물의 형태나 소재, 구조가 달라 진도 등급과 그 기준인 '결과적 현상'이 들어맞기 어렵다.
미국에서 '견고한 건축물의 일부 붕괴'가 '지표면의 균열 발생'과 함께 '진도 9'에 대응하지만, 한국에서 지표면 균열은 훨씬 심각한 건물 붕괴를 부를 수 있다.
무엇보다 '진도 감각'이란 결국 경험에 의존하게 마련인데, 큰 지진을 겪은 적이 없는 데다 과학관 등에서 모의지진 체험을 할 기회도 적으니 감각이 무딜 수밖에 없다.
■국민의 '진도 감각'은 지진 안전 대책을 다듬는 기초가 된다. 한국도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그때마다 이내 잊혀지고, 내진설계 기준 강화 등은 전문가 사이의 얘기가 되고 만다.
국내 일반건축물이나 구조물의 내진설계 기준은 많이 낮고, 그나마 1988년에 도입됐으니 그 이전의 시설물이야 말할 게 없다. 모의 실험을 통해 아파트나 교량 등이 어느 정도의 진동에 견딜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고, 피부로 지진의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면 설계기준 강화 등의 논의는 크게 진척될 수 있다. 우선은 아이들에게 교육용으로라도 실컷 그런 기회를 주자.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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