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의 한나라당 경선후보 검증청문회는 한국 정치사상 최초의 실험이라는 상징성과는 달리, 예상 문답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아무리 첫술에 배부를 수야 없다지만, 그 동안 보았던 국회 청문회나 후보끼리의 1대 1 토론에도 미치지 못해 실망한 국민이 적지 않을 성싶다.
예상된 결과이긴 했다. 청문회 바로 전날 한 달 반 동안 당내 검증을 맡아 온 안강민 검증위원장은 검증청문회가 필요한지조차 의문이라고 밝혔다.
충실한 검증을 위해서는 기초자료 제출 등 후보들의 협조가 절실한데 금융자료는 물론이고, 주민등록등본 제출 요구조차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박근혜 전 대표 모두 결과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박 전 대표가 신상자료를 제공했지만 청문회를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청문위원들이 제대로 활용할 기회는 사실상 없었다.
그런 중간과정의 부실은 검증청문회의 부실로 그대로 이어졌다.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에 던져진 청문의원들의 질의는 그 동안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시중의 소문을 종합한 데 지나지 않았다. 고 최태민 목사 관련 의혹이나, 이 전 시장에 대한 각종 재산관련 의혹 가운데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후보들의 답변이 구체적 자료 제시와 함께 이뤄지기만 했어도 나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박 전 대표는 "애가 있다면 데리고 나오라, DNA 검사에 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스스로 당사자의 양해를 얻어 DNA 검사 결과를 공개할 수는 없었을까.
마찬가지로 BBK 관련 회사의 '회장'으로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함에 대해 이 전 시장은 "그 사람들이 사업용으로 쓰려고 했던 모양"이라고 밝혔지만, 그런 추정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들지는 못했다.
두 후보는 무난히 잘 넘어갔다고 은근히 기쁨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이 새로운 진실을 밝히지는 못했어도 지켜본 국민들은 이미 나름대로 점수를 매겼다. 훨씬 거칠어질 본선에서의 검증을 생각한다면 두 후보 모두 적극적 설명 자세를 더 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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