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비 젖은 짧은 활주로 방치 '예고된 인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비 젖은 짧은 활주로 방치 '예고된 인재'

입력
2007.07.19 02:39
0 0

브라질 상파울루의 국내선 전용 콩고냐스 공항에서 17일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운 탐(TAM)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0 여객기가 착륙 중 미끄러지면서 화물터미널과 충돌한 뒤 연쇄 폭발하면서 탑승자 전원과 지상 요원 15명 등 모두 200여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한국인 탑승자는 외교통상부의 조사 결과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브라질 남부 리오그란데주 알레그레를 이륙한 여객기는 이날 저녁 6시50분께 콩고냐스 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에서 미끄러져 화물터미널과 충돌한 뒤 공항을 벗어나 인근 워싱턴루이스 도로를 넘어 주유소를 들이 받고 화염에 휩싸인 채 가까스로 멈췄다.

사고 여객기가 이용한 활주로는 45일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지난달 29일부터 항공기 이착륙이 재개됐으나 전날부터 상파울루 일대에 내린 폭우로 상당히 미끄러운 상태였다.

사고 여객기는 긴급 출동한 구조대가 여객기의 화재를 진압하면서 구조활동을 벌이던 중 폭발까지 일어나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호세 세라 상파울루 주지사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기내온도가 섭씨 1,00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공항과 경찰이 여객기의 사고원인 조사에 착수했으나 현지 언론들은 전형적인 인재(人災)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콩고냐스 공항은 활주로가 너무 짧아 대형 여객기의 이착륙에 대한 위험성이 줄곧 제기돼 왔다. 1996년에도 탐항공사 포커-100 여객기가 이번과 비슷한 사고로 승객 96명과 도로를 지나던 시민 3명 등 100여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 때문에 브라질 연방법원은 2월 콩고냐스 공항의 안전을 문제 삼아 3종의 대형항공기에 대한 이착륙을 금지했다. 그러나 브라질 국내여객 수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콩고냐스 공항에 대한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한 업계의 항소로 다시 1심 결과가 뒤집어지는 등 안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비가 내린 전날 이미 소형 항공기 두 대가 콩고냐스 공항 활주로에서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공항당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아마존 상공에서 항공기 충돌 사고로 154명이 사망한 뒤 항공기 사고 방지를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한 상황에서 이번 참사가 발생해 브라질 정국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를 낸 탐항공사는 공항에 모인 탑승객 가족과 친지들의 생존여부 확인 요구마저 거부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편 이날 콜롬비아 산타 마르타의 시몬 볼리바르 공항에서 아에로리퍼블리카항송 소속 여객기가 폭우속에 착륙을 강행하다 활주로에서 멈추지 못하고 공항 담을 뚫고 나가 바다에 곤두박질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다행히 승객 9명만 다쳤을 뿐 큰 불상사는 없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